국민의당 "문준용 의혹 조작 확인…대통령께 사과"

박주선 비대위원장 회견 "공당으로서 막중한 책임, 사건 관련자 엄정 조치할 것"

국민의당이 5.9 대선을 앞두고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관련 의혹 일부가 '조작된 제보'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당은 26일 당 대표 대행인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를 숙였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예고 없이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우리 당이 브리핑했던 내용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 말씀 드리려 이 자리에 섰다"며 "지난달 5일 국민의당은 문준용 씨의 미국 파슨스 스쿨 동료 증언을 근거로 문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와 관련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의 개입 의혹을 언론에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국민의당에 제보된 '카카오톡' 캡처와 음성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본의 아니게 국민 여러분께 허위 사실을 공표해 공당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정말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인 후 "이 부분에 대해 당사자인 문 대통령와 문준용 씨에게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당은 결과적으로 국민 여러분께 허위사실을 공표해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조작된 제보를 바탕으로 브리핑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대선 중 (5월) 이준서 당시 최고위원으로부터 문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시 문 후보 개입 의혹과 관련, 이 위원 및 우리 당 당원으로부터 넘겨받은 관련 캡쳐 및 녹음 파일을 제보받았다"며 "그 신빙성을 확인한 결과 신빙성이 있다고 봐 자료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으나, 어제(25일) 이 전 최고위원에게 자료를 제출한 이모 당원이 '당시 제공한 자료는 본인이 조작한 거짓 자료'라고 고백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당은 고백 내용을 추가 검토한 결과 이 자료가 허위로 작성됐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이 당원과 이 전 최고위원에게 곧바로 검찰에 출두해 진실을 밝히라고 (지시하는)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당원 이 씨는 지난 총선에서 전남 한 지역구에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인물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은 이어 "국민의당은 검찰이 이 사건에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함과 동시에, 당 진상규명팀을 구성해 자체 진상 조사를 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당헌당규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사건의 파장 등을 감안할 때, 검찰 조사 결과와는 별도로 당 자체 징계 또한 불가피해 보인다.

박 위원장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보고를 받고, 너무 엄청난 사실이라 하루 속히 국민께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고 전격 기자회견 배경을 설명하며 "아침 비대위 회의(9시) 직전에 보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대선 당시 네거티브 대응과 상대 후보 검증을 담당하는 안철수 캠프 공명선거추진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은 이날 박 위원장과 함께 사과 기자회견에 참석해 "검찰이 관련 수사를 하는 중"이라며 "당원 이 씨가 직접 찾아와 '해당 자료를 본인이 직접 조작해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에게 지난 토요일(24일) 오후에 말을 듣고, 25일에 추가로 관련자에게 진상을 확인하고 오늘 그 내용을 비대위에 보고해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 의원은 "오늘 오후 서울남부지검에 당원 이 씨가 출석해 검찰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범행 동기 등) 자세한 내용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당이 져야 할 '책임'의 범위와 수위에 대해서는 "당이 별개로 진상조사위를 만들어 조사에 착수하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만 했다.

이 의원은 녹음 파일에 등장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당원 이 씨의 친척 남성이라고 덧붙였다. 문 씨의 파슨스 스쿨 동창생이 아닌 인물이 마치 그런 것처럼 "연기"를 했다는 것이다.

앞서 국민의당은 지난달 5일 김인원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이 한 브리핑에서 문준용 씨의 파슨스 스쿨 동기라는 한 남성이 "(문준용 씨가) '아빠(문 후보)가 얘기해서 어디에 이력서만 내면 된다'고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아빠가 하라는 대로 해서 했었던 것으로,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그렇게 소문이 났고 그렇게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는 내용의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김인원 부단장은 또 이 남성이 "(문 씨는) 아빠 덕에 입사해서 일도 안 하고 월급 받는 게 문제라는 생각을 전혀 안 한 것 같다. 고용정보원을 아빠 친구 회사쯤으로 여겼다"며 "'아트'하는 사람이 그런 데(고용정보원)를 왜 다니느냐, 미쳤느냐고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이용주 의원에 따르면, 이 남성은 문 씨의 동료가 아니라 국민의당 당원 이 씨의 친척이고 녹음파일 제보 자체가 허위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선 이전부터 김인원 부단장의 브리핑 내용에 대해 "가짜 인터뷰"라며 "허술한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해 왔다.

박광온 당시 문재인 캠프 공보단장은 5월 7일 브리핑에서 "(문준용 씨의 진짜 파슨스 스쿨 동료) 문모 씨가 민주당에 이메일을 보내 왔다"며, 문 씨에 따르면 2008년 파슨스 스쿨 해당 과정에 입학한 한국인은 6명이고 이 가운데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은 문 씨 본인밖에 없지만 자신은 국민의당과 인터뷰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공개한 '가까운 동료' 인터뷰는 가짜가 분명한 것 같다"고 문 씨가 말했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지난달 5일 김인원 부단장의 회견과 같은달 7일 김 부단장의 재차 회견, 박광온 공보단장의 반박 회견 등에 대해 검토한 결과 이 녹음 파일 관련 건 자체를 보도하지 않았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대선 때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과 관련, "제보된 카카오톡 화면 및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사자 격인 문 대통령은 국민의당의 사과에 대해 "뒤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져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국민의당 관계자들을 고소했던 것을 철회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수사 상황을 보겠다"고 답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의당에서 그렇게 말해 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며 "원칙적으로 정당정치 발전이나 협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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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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