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O, 심판 뇌물수수 사건 상벌위 열고도 덮었다

3월 전 심판 ㅊ씨 뇌물수수건 확인하고도 침묵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한 프로야구 심판의 뇌물수수건을 상벌위원회에서 논의하고도 결과 발표를 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15일 <프레시안>의 취재와 KBO 측 설명을 종합하면, KBO는 지난 3월 28일 상벌위를 열어 전직 프로야구 심판 ㅊ씨의 뇌물수수건을 논의했으나 해당 사실을 공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당시 KBO는 불법 인터넷 도박을 한 진야곱과 WBC 전지훈련 기간 무면허 운전을 하다 일본 경찰에 약식 기소된 임창용의 징계만 결정했다.

이와 관련 KBO는 상벌위를 열기 전인 지난 1월, ㅊ씨가 여러 구단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사실을 바탕으로 KBO는 프로야구 전 구단에 뇌물 공여 자진 신고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한 구단은 이를 인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벌위원회가 이 같은 사실을 전부 파악하고도 징계 절차를 포기하고, 이를 외부에 공표하지도 않은 셈이다.

KBO 관계자는 상벌위를 열었음에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이유로 "ㅊ씨가 '단순히 돈을 빌린 것'이라고 주장해 뇌물 성격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언제 최종 결론을 내릴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단 측이 돈을 건넨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징계 절차를 밟지 않은 이유에 관해서는 "선후배 관계로 인해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줬다는 게 구단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구단 차원에서 돈을 건넨 게 아니라 개인 차원의 거래였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언제 조사가 끝날 지에 관해서도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ㅊ씨의 뇌물수수건은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온라인매체 <엠스플뉴스> 보도로 이미 알려졌다. 이 매체에 따르면 현역 시절 각종 시상식에서 심판상을 받을 정도로 영향력 있던 심판 ㅊ씨는 지난 2005년부터 복수의 구단으로부터 회당 300만 원 이상의 거액을 수시로 받았다. 이 돈은 도박비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KBO와 일부 야구인이 합작한 조직적 뇌물수수 은폐 사건"이라며 "KBO가 상벌위를 열고도 이를 덮은 건, 스포츠 적폐를 바로잡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차기 KBO 사무총장 인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의원 재직 당시 보좌관 출신인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올해 12월 결정될 차기 사무총장직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KBO가 심판 뇌물수수건을 덮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사진은 본문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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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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