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 5당이자 제4야당(6석)인 정의당은 29일 추혜선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어 "이인걸 선임행정관의 이력은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배치된다"며 "이 행정관 내정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대변인은 "이 행정관과 같은 이들이 자꾸 임명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은 결국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에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개혁해달라는 국민들의 열망위에 서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엄정하고 면밀한 인사를 주문한다"고 했다.
이날 <한겨레>는 이 내정자가 '김앤장'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던 지난 4월,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이사장의 변호인으로서 검찰 조사에 입회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소 이사장은 롯데그룹이 K스포츠 재단에 70억 원을 출연한 과정을 총괄한 인물이다.
<경향신문>도 이 내정자가 지난 2012년 대검 중수부 연구관일 때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헐값 매입 의혹 사건에 대해 무혐의를 주장했고,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때도 법무부 TF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은 또 이 내정자가 2016년 '김앤장'에 입사한 이후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인 옥시 측 대리인으로 일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형사 사건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에서 피의자인 소진세 사장의 변호인을 맡은 것보다, 민사 사건인 가습기살균제 관련 사건에서 상대적으로 강자의 위치에 있는 가해자 기업 측의 대리인을 맡은 것이 더 논란의 소지가 크다.
앞서 이 행정관이 속한 반부패비서관실의 수장인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도 이른바 '노조 파괴' 논란으로 악명을 떨친 갑을오토텍의 민사 사건 대리인을 맡았던 전력으로 사과헀다.
박 비서관은 논란이 일자 "갑을오토텍 사건을 맡은 것은 문제가 되었던 이전 경영진이 기소된 이후인 지난해 봄부터였고, 변호사로서 사측에 불법행위를 하지 말도록 조언했었다"고 해명했으나, 박 비서관이 사건 당시 사측을 대리해 쓴 고소장 내용을 보면 그는 노조를 공격한 사측의 논리를 강하게 대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해 보도한 박 비서관 작성의 고소장에는 파업 중이던 노조원을 대리할 인력을 투입한 것에 대해 '적법한 대체 인력'이라고 주장하면서 "현재 고소인(인) 회사는 장기간 노사분규가 지속되면서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불법행위가 비일비재로 이뤄지고 있고, 노조 간부들은 이에 대하여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조 간부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한 처벌을 내려 달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변 소속 류하경 변호사는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형사 사건에서는 아무리 악질 범죄자라고 해도 그가 지은 죄만큼의 처벌을 받도록 복무하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라며 "그래서 형사 변호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런데 민사 사건은 다르다. 회사와 노동자의 민사 싸움에서 회사를 대리하는 것은 안 그래도 힘이 센 쪽을 더 세게 만들어 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류 변호사는 특히 박 비서관에 대해 "박 변호사가 갑을오토텍의 헌법상 재판권을 위해 불가피하게, 마지못해 사건을 수임했을까?"라며 "국민을 대표해 부패를 일소하는 일을 해야 하는 1급 공무원으로서 정의감과 양심이 충만한지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와 시민단체들도 이 내정자 인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어 "이 변호사의 기용을 반대하며 즉각 취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가습기참사넷 등은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13일 대선후보 '국민 생명·안전 약속' 행사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진상 규명을 하겠다'고 국민과 피해자들에게 직접 약속했다"며 "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옥시의 입장을 대리했던 법률 대리인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재조사와 진상 규명'을 수행할 검찰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는 것은, 이해 충돌은 물론 국민적 상식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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