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아베에 직격 "국민 다수 위안부 합의 수용 못해"

아베 총리와 '냉랭한' 첫 통화 "민간 영역의 문제에 정부 해결은 한계"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이의 첫 전화통화에는 냉기류가 흘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굳건한 한미동맹'을,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사드 특사단 파견'을 언급하며 화기애애했던 주요국 정상 통화와 사뭇 달랐다.

문 대통령은 11일 오후 2시 35분부터 25분간 아베 총리와 취임 첫 전화통화를 갖고 한일 위안부 합의 등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의 현안에 대한 입장을 교환했다.

이번 통화는 문 대통령 당선 축하의 의미로 아베 총리가 전화를 걸어온 형식을 취했으며 한일 관계 발전 방향과 한반도 정세, 한일 과거사 문제 등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밝히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국교 정상화 후 반세기 동안 양국관계에 부침이 없지 않았으나 큰 틀에서 한일 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뤄왔고 앞으로도 협력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양국이 성숙한 협력 관계로 나아가는 데 있어 과거사 문제 등 여러 현안들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역사를 직시하면서 이런 과제들을 진지하게 다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된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기반으로 착실히 이행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국 간의 위안부 합의는 불가역적이며, 그대로 이행돼야 한다는 일본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 문제는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감에 있어 함께 지혜롭게 극복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일본 지도자들이 과거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내용과 정신을 계승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민간의 영역에서 일어난 문제에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정서를 인정하면서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과거사 문제가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 문제는 그 문제대로 양측이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면서, 북핵, 미사일 대응과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은 그와 별개로 노력을 병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이어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나기를 기대한다면서 상호 간 방문을 초청했다고 윤 수석은 밝혔다.

위안부 합의 문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재협상 방침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다만 이날 통화에서 "재협상"이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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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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