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은 최종 득표율 6.2%를 기록했다. 출구조사 예측 득표치는 5.9%였다. 목표로 했던 '두 자릿수 득표'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지만, 진보 정당이 대선에서 올린 최대 득표율 3.89%보다는 2배 가까이 높다. 심 후보는 이날 낸 메시지에서 "이번 선거는 우리 정의당의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대선의 의의에 비춰봤을 때, 심 후보가 받은 득표율이 충분히 만족스런 것인지는 여러 평가가 가능하다. 3.89%는 15년 전인 16대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올렸던 득표율이다. 권 후보는 17대 대선에서는 3.01%에 그쳤다. 18대 대선에서는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모두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후 사퇴했다.
이전 선거들과 비교하면 이번 대선은 16, 18대 대선과는 달리 1·2위 후보의 표차가 20%포인트대에 육박했고, 17대 대선과도 달리 야권 후보가 승리했다. 게다가 이번 대선이 부여된 의미는 '촛불 민심을 구현하는 선거'였다. 진보 정당이 세운 자체 종전 기록을 월등히 뛰어넘는다 해도 이를 '성공적'으로 평가하기만은 어려운 지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집요하게 제기한 '정권교체 우선론', '사표(死票)론'이 어느 정도 먹혀든 결과이기도 하다.
심상정 득표율의 의미는?
다만 이들이 스스로 고무적으로 평가할 만한 부분은, 연령별로는 20대에서 '두 자릿수 득표'에 성공했고, 지역별로는 울산에서 8.4%로 꽤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는 점이다.
20~30대 청년층은 경제·사회적 약자라는 조건 때문에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을 띨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주로 온건 진보 또는 중도 성향의 야당으로 대표됐다. 2012년의 '안철수 현상'과 '나는 꼼수다' 열풍이 그 사례다.
대선 이후 정당 지지율 조사 등을 통해 재검증이 필요하겠지만, 만약 정의당이 이번 대선을 통해 청년층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받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면 새로운 지지층으로의 확장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지금의 20대는 이른바 '학생운동의 몰락' 이후에 비로소 성년이 된 새로운 세대이기 때문이다.
또 울산은 대표적인 '노동자 도시'다. 과거 진보 정당을 지지한 버팀대였던,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40대 조직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저력을 보였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정의당과 심상정이 열어갈 미래
대선 이후 심상정과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올린 득표율을 기반으로 더 확실한 존재감 올리기에 나설 듯 보인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 한국에서, 여당보다 더 왼쪽에 존재하는 '진보 야당'의 영역이 이들에게 열려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였던 2004년 총선에서 구 민주노동당이 10석을 가져가며 제3당 자리를 차지한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 가능할지 관심이 모인다.
물론 '진보 야당'의 길은 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한편으로는 여당이 될 민주당과 구분되는 뚜렷한 정체성을 지키는 가운데, 또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선명성에 기울지 않으면서 현실 정치에서 가능한 해법을 제시하는 어려운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이 줄타기에서 균형을 잃으면 '민주당과 다를 바 없는 여당 2중대'라는 비난이나 '반대만 하는 운동권 정당'이라는 비난이 이들을 기다릴 터이다.
당장 정의당은 선거 직후부터 '문재인 정부'의 내각 구성과, 향후 공동 개혁 과제 선정 등에도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신임 대통령이 될 문재인은 지난달 27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1차 통합 대상은 기존의 야권 정당"이라며 "국민의당, 정의당과는 정책 연대로 함께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대선 기간 여러 차례 직·간접적으로 정의당에 러브콜을 보냈다. 마침 같은날 심 후보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만에 하나 대통령이 못 되면, 공동정부·연립정부 첨여 여부에 대해서는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잇는 제3기 민주당 정부에서, 정의당은 '집권 블록'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까? 이들의 정치적 도전은 어떤 성과를 낳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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