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은 시작일 뿐, 책임자 처벌해야"

[현장] '21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

세월호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25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선 10만 개의 촛불이 타올랐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 행동(퇴진행동)'이 마련한 '21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 현장이다.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낳았던 구조적인 모순은 여전하다. 탄핵 이후에도 촛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박근혜 구속", "세월호 진상 규명"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세월호가 인양됐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인양은 시작이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박근혜가 내려가자 세월호가 올라왔다"

퇴진행동 법률팀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이날 무대에서 "박 전 대통령은 뇌물죄 등 최소 13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라며 "검찰이 진정으로 국정 농단의 진상을 밝히고자 한다면 국정 농단과 증거 인멸의 몸통인 박근혜를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병우(전 청와대 민정수석)를 구속하고, 뇌물을 준 다른 재벌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박근혜가 내려가자 세월호가 올라왔다"라고도 했다. 실제로 이날 집회를 요약하는 키워드는, 이날 바다에서 건져낸 세월호였다.

"세월호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촛불의 힘 때문"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이날 집회에 함께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 2반 고(故) 남지현 학생의 언니 남서현 씨는 "세월호가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촛불의 힘 때문"이라면서 집회 참가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하지만 분노까지 식은 건 아니었다. 남 씨는 "가장 참을 수 없는 건 (참사 이후) 3년 간 온갖 비난과 유언비어로 유가족에 상처 입히고, 진상 규명을 방해했던 언론의 달라진 태도"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주장을 왜곡했던 언론이 갑작스레 입장을 바꿨다는 게다. 남 씨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방해하던 공범들을 절대 잊지도,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 5반 고(故) 김건우 학생의 아버지 김광배 씨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세월호엔 아직 9명의 미수습자가 있다. 미수습자 가족의 고통을 박근혜가 알고 있느냐"며 "우리는 박근혜와 정부를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3월 28일 출범한다"며 "해양수산부는 선체조사위원회의 모든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더 이상의 선체 훼손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체조사위원회 위원은 국회 추천 5명, 유가족 추천 3명 등 8명으로 구성된다.

"민주주의가 바로 서면, 강신명도 수감될 것"

오는 27일은 고(故)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지 500일이 되는 날이다. 백 씨는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뒤 투병하다 지난해 9월 25일 사망했다. 박근혜 정부의 폭력적인 통치가 낳은 대표적인 희생자다. 백 씨의 딸 백도라지 씨도 이날 집회에 참가했다. 백 씨는 "(민중총궐기 집회 진압 책임자인) 강신명 전 경찰청장 이하 살인 경찰들이 아직 기소되지 않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정의가 바로 서면 박근혜도 강신명도 수감되리라 생각한다. 그날까지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집회를 마친 뒤 시민들은 명동 및 삼청동 총리 공관 방향으로 각각 행진을 한 뒤 오후 9시께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와 마무리했다.


퇴진행동 측은 주최 측은 22번째 주말 촛불집회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오는 4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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