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다음은 개헌? 김종인 출마설 솔솔

속도 내는 개헌파 …대선 전 개헌 사실상 불가능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대선 정국이 본격적으로 열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개헌을 고리로 한 사실상의 '반(反)문재인 연대'가 시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들이 주축이 되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와 민주당 내 개헌파 의원들을 추가 동력으로 삼는 구조다. 그러나 당장 두 달 내에 대선이 치러질 판이라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김종인, '개헌 연대' 구심점으로 직접 대선 출마?

이른바 '개헌 연대' 혹은 '반문 연대'의 '키맨(key-man)'은 현재 김종인 전 대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1일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회동을 갖고 분권형 개헌에 대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을 만나기 전에는 국민의당 손학규 전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김 전 대표가 직접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김 전 대표와 인 위원장의 회동 자리에 동석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13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가 흔히 '박정희 모델'이라고 부르는 권위주의 발전체제가 막을 내렸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지금 제3지대에서 김 전 대표보다 더 나은 경쟁력을 가진 후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정치권의 '책사'로 불렸으며, 2012년 문재인 대선캠프의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TV 찬조 연설을 했고, 2016년 초에는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아 안철수 전 대표의 멘토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금 우리가 앞으로 걱정하는 게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가 겹쳐서 온다는 것"이라며 "그럴 때는 상당히 경험이 많고 노련하고 과단성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데, 그렇게 본다면 그동안 보여준 김 전 대표의 모습이 거기에 가장 부합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윤 전 장관은 다만 "20~30대 같은 젊은 층에서는 또 김 전 대표에 대한 거부 정서가 강하게 남아 있다. '셀프 공천' 등에 부정적인 젊은 사람들의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게 큰 과제"라고 지적했으나 "그것도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13일 저녁 청년 정당을 표방한 원외정당 '우리미래' 주최 토론회에 참석, 방송인 김제동 씨와 경제 정책을 주제로 좌담을 한다.

이른바 '개헌 연대'의 그림에 대해 윤 전 장관은 "저도 현실적으로는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고 보는 사람인데, 개헌을 대통령이 되면 추진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을 하고 선거를 치러서 국민의 선택을 받자고 생각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라며 "이게 꼭 어느 특정 후보에 반대한다 그런 차원이 아니고, 그 사람이 주장하는 가치와 다른, 다수 국민이 더 지지하는 그런 가치를 내걸고 그런 가치를 통해서 세력을 묶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고 또 어차피 시간이 짧아서 힘들기는 하겠으나 또 시간이 짧은 만큼 절박한 사정이니까 오히려 시간이 짧다는 게 더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며 "언론을 보면 개헌이 중요한 고리가 된다고 보는 것 아니냐"고 했다.

'어느 특정 후보'는 물론 문재인 전 대표를 뜻한다. 그는 "지금 문재인 후보의 지지도를 보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이 80%가 넘는 나라인데 지금 문 전 대표가 가져가는 지지율은 그 절반이 안 된다. 확장성의 견고한 벽이 있는 것"이라며 "(문 전 대표가) 김 전 대표의 탈당을 막았어야 한다기보다, 경제민주화라는 가치를 자기들이 추구하겠다고 국민한테 약속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진지한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김 전 대표가 왜 (당을) 나왔겠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에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면 결과야 어찌됐든 민주당이 그런 성의나 진지한 생각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고 그는 부연했다.

한국·국민·바른, 국회 개헌특위 박차

김 전 대표가 인명진·유승민·남경필·손학규 등 여야 정치인들을 연달아 만나고, 때로는 대선 행보로도 여겨지는 토크콘서트 형식의 대중 행사를 하는 등 숨가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민주당을 제외한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국회 개헌특위 간사들은 12일 회동을 갖고, 대선 전 개헌을 위해서는 이달 28일까지 단일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개헌특위는 금주 중 소위 회의와 전체회의를 예정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탄핵심판의 직격탄을 맞은 한국당은 개헌으로 흐름을 돌리려는 모양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13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정치권이 나라야 어떻게 되든 말든 오로지 권력 장악을 위해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분열을 부추기고 대결을 선동해선 안 된다"며 "이런 관점에서 개헌이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패권적 대통령 제도의 폐단을 뜯어고치는 개헌을 통해 민주적이고 분권과 협치의 시대정신에 맞는 국가운영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며 "한국당은 역사적 과제인 개헌을 반드시 이루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다른 정당·정파와 함께 신속하게 단일 개헌안을 만들어 정해진 시한 내에 국회에 정식 발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바른정당도 당 소속 대선 주자들이 지지율 부진을 보이는 가운데 개헌으로 판을 흔들어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지도부 회의에서 "헌재가 대통령을 파면한 것은 대통령 한 사람의 파면이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제의 낡은 정치 풍토, 승자독식의 정치, 진영 싸움으로 국민을 선동시키는 구태정치를 모두 파면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지 않고서는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 대행은 "대선 전 개헌은 시대적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반대하고, 친문 패권 세력은 당내 서른 명이 넘는 개헌파 의원들의 목소리조차 묵살하고 억누르고 있다"고 민주당을 겨냥하며 "국민 화합과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패권주의를 청산하기 위해서 바른정당은 개헌을 주도하는 역사적 소임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정병국 전 바른정당 대표도 이날 평화방송(C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종인 전 대표가 가진 생각은 '이 체제 가지고는 안 된다. 그래서 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며 "저는 적극 공감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김 전 대표가) 우리 바른정당하고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손을 내밀었다. 정 전 대표는 "김 전 대표의 이번 결단이 개헌을 전제로 해서 연대를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우리 바른정당에 들어오시든 안 들어오시든 개헌을 위해서 '반문 연대'를 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실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민주 "1당인 우리 당 빼고 개헌?" 발끈…박지원도 "물리적 가능하냐"

그러나 현재의 대선 구도를 흔들려는 시도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국회 개헌특위 논의도 원내 1당(120석)인 민주당을 빼고 진행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개헌특위 소속 3당 간사들이 모여 조속히 개헌안을 발의할 것을 논의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개헌 자체가 너무 정략적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원내 1당을 놔두고 나머지 3당끼리 합의한다고 해서 개헌이 이뤄질 수 없다"고 공개 경고했다.

우 원내대표는 "계속해서 이런 형식으로 개헌특위를 가동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저는 3당 개헌특위 간사에게, 이런 식의 분파적이고 정략적인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개헌특위에서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4당 간사가 모여서 의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만약 3당 모임만 해서 별도의 활동을 한다면 지금 운영하고 있는 개헌특위는 의미가 없다는 점을 경고한다. 부디 4당 간사가 모여서 향후 일정과 로드맵을 의논할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주 의원총회를 통해, 개헌 시기를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로 하고, 개헌의 내용은 각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고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민주당 유력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도 전날 회견에서 "대선 때 (후보들이) 공약을 해서,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 6월에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며 "개헌에 관한 공약은 적절하고 필요한 시기에 따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도 개헌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동철 의원이 '3당 간사 회동'에 참석하기는 했으나, 대선 전 개헌 추진에 대해서는 당 내부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소속 일부 호남 의원들은 개헌에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상임대표는 일관되게 '2018년 지방선거 개헌'을 주장해 왔다. 상대적으로 개헌에 더 적극적이었던 손학규 전 대표 역시 지난 10일 "2018년 지방선거 때까지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권력 구조의 개혁을 완수하는 헌법 개정을 마치겠다"며 "대선 전에 헌법 개정이 완결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개헌의 필요성은 굉장히 대두되고 있지만, 과연 60일 대선 정국에서 개헌이 합의될까 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며 "따라서 각 당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로 확정해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 발언에 대해 기자들이 '대선 전 개헌 추진이라는 당론과 다르지 않느냐'고 묻자 "개헌은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만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얘기였을 뿐"이라며 "대선 정국 60일 내에 개헌이 합의되면 가장 좋고, 안 되면 안철수 후보의 제안대로 대통령 후보들이 공약하고 그 안으로 (개헌안을) 만들어 내년 지방선거에서 확정했으면 좋겠다.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것이지 개헌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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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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