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구인 공고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뛰어든 직업이 있다. 바로 보험설계사다. 전국 40만 보험설계사들은 과연 저렇게 돈을 많이 벌고, 근무시간도 자유롭고, 편하게 일을 하고 있을까? 실상을 듣기 위해 보험설계사인 오세중 씨(48세)와 배명수(가명, 47세) 씨를 만났다.
"보험에 뛰어든 사람들 중 60퍼센트 이상이 1년 이내에 그만둬요. 처음에 다가가기 쉬운 친인척, 지인 상대로 계약을 하다 1년이 지나면 더 이상 매출이 안 나거든요."
보험회사는 보험설계사에게 보험판매를 위촉한다. 그러면 보험설계사는 해당 보험회사와 거래할 수 있는 코드(자격)가 주어지며, 개인사업자도 노동자도 아닌 보험설계사로 등록이 된다. 설계사가 고객에게 보험을 판매하면 보험회사는 해당 보험에 대해 일정한 금액의 수수료를 준다. 이 수수료가 설계사에게는 임금이다. 예를 들어 설계사가 10만 원짜리 종신보험을 판매했다면, 보험료를 기준으로 8배(보통 6배~10배)인 80만 원을 12개월~36개월에 걸쳐 나누어 지급한다. 대부분 보험회사가 수수료의 절반은 1년 이내에, 나머지는 12개월~36개월에 걸쳐 지급한다. 단, 고객은 이 기간에 계약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보험설계사는 두 가지 영업 형태로 나뉜다. 특정 보험회사의 상품만 판매하는 전속설계사와 여러 보험회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법인보험대리점(GA, General Agency) 소속. 오 씨와 배 씨는 모두 현재 법인보험대리점에서 일한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보험을 하려면 정말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약관까지 하나하나 아주 열심히 분석해 가며 1년은 공부해야 제대로 지식을 갖췄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서 3년 이상 된 보험설계사들은 제대로 하는 사람에 속한다. 오 씨는 10년, 배 씨는 7년을 해 온 베테랑들이다. 요즘은 보험설계사들이 보험만 취급하지 않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취급하며 재무설계를 하는 등 '자산관리 전문가'로 역량을 넓히고 있다.
배 씨는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다가 조직에 얽매인 생활이 싫어서 보험설계사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외국계 M생명 전속 보험설계사로 출발했다.
"보험회사에서 모집할 때는 자영업자라며, 열심히 하면 실적을 올릴 수 있다고 했죠. 오전 8시까지 출근해서 팀 미팅 후, 오후에는 고객을 만나러 다녔어요."
하지만 그는 2년 전에 법인보험대리점으로 이직했다. 출퇴근하는 회사 분위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오 씨 역시 S생명 전속 보험설계사로 일하다 법인보험대리점으로 이직했다.
"저도 전속으로 일할 때는 오전 8시 출근 후, 보통 오후 6~7시에 지점으로 귀소했어요. 고객과 저녁 약속을 마치고 귀소하면 오후 9시, 업무 정리하면 오후 10시에 끝났죠. 주말에 또 고객 만나고요. 그 정도 일해서 월 500만 원 이상 벌면 잘하는 거예요."
요즘은 경기가 어렵고 설계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 영업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영업을 할까. 배 씨는 이렇게 말했다.
"기존 계약자들을 주로 만나고 있어요. 현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죠.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학교 동문록 뽑아서 무작정 전화했어요. 지금은 개인정보 유출에 걸려서 그렇게 하면 안 되지만요. 전화 돌려서 '재테크 상담 관심 있냐?' 하면 대부분 거절했지만, 응하는 사람이 있으면 만났죠."
그는 친인척 지인 상대 영업은 내키지 않아 하지 않는다. 건물을 돌며 명함을 뿌리고, 홈쇼핑 광고를 통해 들어오는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영업을 한다.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고객을 최소 2~3번을 만나 1~2시간씩 상담한다.
"이렇게 공들여도 틀어지는 경우 많아요. 특히 멀리 지방까지 가서 상담 다 했는데 '부인에게 물어볼게요' 이렇게 얘기하면 힘 빠지죠, 하하하하."
오 씨가 이어서 말했다.
"거의 다 어그러지는 게 일반적이에요. 열 명 중 서너 명만 돼도 엄청 잘하는 거죠. 그래서 설계사 직업이 엄청 힘든 거고요."
금융감독원 통계 발표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평균 수입은 290만 원이다. 보통 노동자와 일하는 모습은 비슷한데 개인 사업자처럼 분류되어 있어서 기본급이 없고, 퇴직금과 4대 보험도 없다. 오 씨는 통계 발표를 반박했다.
"290만 원은 매출입니다. 고객 선물, 커피값, 교통비 등 빼고 나면 실수입 200만 원도 안 되는 거예요. 이 평균 수입도 고액 연봉자가 끌어올린 수치죠."
그래서 대부분 1년 이내에 그만두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보험회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보험설계사들을 '삥 뜯기'했다. 오 씨가 S생명을 그만두고 다른 대리점으로 이직할 때 겪은 일이다.
"이직을 하거나 해촉(퇴직)이 되면 제가 모집한 고객들 계약이관이 안 된다는 거예요. 또 아직 잔여수당(지급받을 판매수수료)도 많이 남았는데, 지급을 안 해 줬어요."
이 잔여수당은 모두 보험회사가 가져갔다. 뿐만이 아니다. 고객이 계약을 유지기간(1년~3년) 이내에 중도해지하면 회사는 설계사에게 지급한 수수료를 환수했다(부당환수). 즉, 줄 돈은 안 주면서 뺏을 돈만 뺏는 '삥 뜯기'를 한 셈이다.
그래서 보험회사는 실적이 적은 설계사에 대해 해촉을 남발하고, 보험설계사를 무분별하게 모집한다. 보험설계사가 이직을 하면 할수록 그로 인해 지급되지 않는 잔여수당을 주요 수익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급하지 않은 잔여수당 규모는 생명보험, 손해보험 합계 약 1조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국내 보험 산업 자산 규모는 세계 8위에 연간 매출액은 174조 원, 생손보사 2016년 상반기 당기순이익만 4조3200억 원이었다.
오 씨는 이런 부당함들을 회사에 따졌다.
"위촉계약서가 그렇게 돼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죠. 그래서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있나, 하고 대책을 알아봤어요."
"보험사는 기본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안 해 주려는 입장이에요. 저희는 상대적으로 고객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요. 보험금을 꼼꼼하게 챙겨 최대한 지급받게 도와줄 때 큰 보람을 느껴요."
배 씨는 설계사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다이렉트 보험(설계사 없이 인터넷이나 콜센터를 통해 직접 가입)은 보험료가 싸니까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가입을 해요. 하지만 막상 사고 나면 보상에 대해 모릅니다. 오로지 콜센터에만 의지하게 되는데 보험사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안 하려는 입장이라 고객한테 불리하거든요."
보험회사의 횡포에 보험설계사들은 더 이상 당하고 싶지 않다.
"협회 회원 400명을 설문조사 했더니, 보험설계사를 위한 조직으로 90퍼센트 이상이 노조를 꼽았어요. 꼭 회사에 속한 노동자여야만 노조를 만들 수 있다는 틀을 벗어나고 싶어요.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노조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들의 지위가 법적으로 개인 사업자 신분인 것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고객과 설계사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그들은 노동조합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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