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전방위적 역풍에도…트럼프 "버텨라"

미 증시 6.6조달러 증발에 국채금리 하락…경제계·시민사회·국제사회 한목소리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 세계 10% 기본관세'가 결국 현지시간 5일 0시 1분(한국시간 지난 5일 오후 1시 1분) 발효됐다. 그러나 정식 발효 이전부터 미 증시가 급락하고 국채 금리가 떨어지는 등 경제적 부작용이 나타났고, 미 연준 의장에서부터 전직 대통령, 시민단체 등이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무역전쟁 상대방인 중국은 물론 유렵연합(EU)의 중대 축인 독일과, 미국의 동맹국 영국·프랑스 등 국제사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버텨내라(HANG TOUGH)"며 관세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미 증시 최악의 날, 국채 10년물 금리 4% 하회…트럼프 "버텨라"

지난 4일(현지시간. 이하 같음) 뉴욕 증시는 팬데믹 충격이 닥친 2020년 이후 최악의 하락장으로 끝났다. 다우존스30지수는 전장보다 2231.07포인트(-5.50%) 급락한 3만8314.86에 거래를 마쳤고, S&P500 지수는 전장보다 322.44포인트(-5.97%) 떨어진 5074.08에, 나스닥 종합지수는 962.82포인트(-5.82%) 하락한 1만5587.79에 각각 마감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리트저널(WSJ)>은 지난 3~4일 이틀간 뉴욕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이 6.6조 달러, 한화로는 1경에 가까운 9652조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4일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오후 2시 40분 무렵 3.98%로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34%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는 이날 한때 3.9%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5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것은 경제 혁명이며, 우리는 이길 것이다. 버텨내라. 쉽지 않겠지만 결과는 역사적일 것이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월 "성장 둔화될 것"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4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관세 인상이 예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경제적 영향도 마찬가지로 커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높은 관세가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향후 몇 분기 동안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관세가 적어도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 영향이 더 지속적일 수도 있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다만 통화정책 대응과 관련해서는 "말하기 아직 이르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즉각적 대응을 예고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증시 폭락과 관련 같은날 "지금은 파월 의장이 금리를 인하하기에 완벽한 시기"라며 "금리를 인하하라, 제롬. 정치를 하는 것은 중단하라"라고 연준을 압박했다.

미 유권자 54% '관세정책 반대'…전국서 대규모 시위

WSJ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6일간 미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4%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당시 찬성(48%)이 반대(46%)보다 많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반대가 과반이 됐다. 응답자의 4분의 3은 관세 탓에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갈 것을 우려했다.

관세 문제를 넘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전반에 반대한다는 응답도 52%로(찬성 44%) 과반을 차지했다. 지난해 대선 직전인 10월에는 찬성 50%, 반대 40%였지만 이 역시 뒤집혔다.

5일에는 미 전역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민권단체, 노동조합, 성소수자 권익 옹호 단체 등을 망라한 미 NGO 150여 개가 참여해 1200건이 넘는 시위와 행진이 이어졌다. 시위 구호는 '핸즈 오프(Hands Off. 손 떼라)'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해밀턴대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관세 문제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를 행사한 학생이 소속된 대학을 협박하는 행태는 미국 시민으로서 공유하는 기본적인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내가 이런 행동을 했다면 지금처럼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팟캐스트 방송에 나와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2026년 중간선거에서)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시위가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서 열리고 있다. 한 참가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히틀러(1938년)를 각각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시사주간 타임지 표지 2개를 나란히 배치한 팻말을 목에 건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보복' 다짐…독일, 연준 금고에서 금괴 뺀다?

중국 정부는 4일 관영 CCTV 방송을 통해 "오는 10일 낮 12시 1분을 기점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미국 기업과 광물자원에 대한 각종 제재도 잇달아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군수기업 16곳에 대해 군수용 사용 가능성이 있는 물품 수출을 금지했고, 사마륨·가돌리늄·테르븀 등 대미 희토류 수출도 통제한다고 밝혔다.

독일 차기 정부는 미국 뉴욕 연준 지하금고에 보관 중인 금괴를 인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보도하기도 했다. 차기 집권연정 일권인 기독민주당 소속 마르코 반더비츠 전 하원의원은 독일 <빌트>지에 "그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2차대전 당시 미국의 동맹국이었던 영국·프랑스도 우려를 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5일 정상 통화를 하고 "무역 전쟁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영국 총리실이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쓴 글에서 "세계 경제가 미국이 부과한 관세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지속적인 논의에서 우리의 입장을 긴밀히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우리는 함께 단합하고 나아가며, 단호하게 우리 시민과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 정부는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데이터 사용 규제 가능성을 언급했다. 에리크 롱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자국의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차원에서 규제, 재정, 관세 등 여러 (관세 대응) 수단을 쓸 수 있다"며 "예컨대 특정 환경 요구조건을 강화하거나 특정 디지털 플레이어들의 데이터 사용을 규제할 수 있다"고 했다.

런던, 파리,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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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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