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문 전 대표가 1위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또 모른다. 안희정 지사가 '엎을' 수도 있겠다"며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를, 말하자면 예전 노무현 대통령 때(2002년)처럼 극적인 드라마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라디오 진행자가 '당원, 특히 온라인 당원들의 성향 분포상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되묻자 우 원내대표는 "저는 꼭 그렇게 안 본다. 물론 일부 그런 분이 계시지만, 제가 볼 때는 안 지사를 특별히 비토(veto.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게임이 상당히 재밌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 지사와 우 원내대표가 1986년 6월 항쟁 당시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대표적 '486' 인사들로 꼽히는 점에 주목, 우 원내대표가 안 지사 '띄우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풀이도 나왔다. 하지만 이 문답에서 우 원내대표의 발언을 보면, 민주당 대선 경선이 일방적 '문재인 대세론'으로 흐르는 것에 대한 경계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는 해석도 있다. 우 원내대표는 대선 후보 경선을 "게임"에 비유했는데, 게임이라면 '원-사이드'한 싱거운 게임보다는 치열한 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쪽이 더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우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우 원내대표가 안 지사만을 '띄우는' 게 아니다"라며 "최근 (지지율 상승 등)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는데, 이를 전체 당의 대선 동력 상승으로 연결시켜 역동적 선거 판을 만드는 것이 집권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보고 그런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 원내대표는 전에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이 상승했을 때는 '이 시장의 선전이 대단히 의미 있다. 예상 못했지만 당으로서는 좋은 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 원내대표는 안 지사의 선전에 대해 긍정적 언급을 하면서도, 민주당 밖에서 일어날 것으로 관측되는이른바 '반문(反문재인) 연대'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의미를 축소하거나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빅 텐트' 관련 질문을 받고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이 불출마하면서 그 텐트들, 캠핑촌이 모두 철거했지 않느냐"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정운찬 전 총리 등이 아직 '캠핑촌'에 남아 있지 않느냐는 재질문에 그는 이들을 싸잡아 "거기는 그래봤자 그 텐트가 큰 텐트는 아니지 않느냐. 원래 같은 편들이니까"라고 일축했다.
그는 "'빅 텐트'는 여야를 넘나드는 큰 틀의 정계 개편이 있을 때를 말하는 것이고, 민주당이나 국민의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는 사람들, 군소 후보들이 뭉치는 것은 '빅 텐트'라고 하지 않는다"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그게 이번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연합은 아니라고 본다. 반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접으면서 '빅 텐트'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같은 취지의 언급을 했다. 추 대표는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논의되던 '빅 텐트'는 기둥도 박아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끝나버렸다"고 규정하며 "준비가 안 된 반 전 총장을 부추겨서 정치적 이익을 노렸던 세력들이 반 전 총장의 정치 행보로 인한 국가적 손실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대표는 "반 전 총장께서 불출마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는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민심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그만큼 지금 국민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누구도 꺾을 수 없는 대세가 돼 버렸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이제 '정권교체 대세론'은 더욱 강고하게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 당 후보들은 '특정 후보 대세론'보다 '정권교체 대세론' 속에서, 누가 정권교체의 적임자인가를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보여 주시기 바란다"고 '경선 판 키우기'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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