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안종범 수첩'은 증거, 최순실 조서는 퇴출

대통령 대리인단 강력 반발 "적법한 절차 거치지 않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도해서 대기업 모금 현황 등을 확인하고 지시한 정황이 담긴 일명 '안종범 수첩'의 일부 내용을 증거로 채택하기로 했다. 또한,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 대부분의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반면, 최순실 씨의 검찰 진술조서와, 논란이 된 태블릿PC는 증거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소추 시계는 더욱 빠르게 움직일 전망이다.

헌법재판소 강일원 재판관은 17일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서 '안종범 수첩' 관련 "현재 이 수첩은 사본이고 원본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에 원칙적으로는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사본 중 피의자 심문 과정에서 본인이 본인 (수첩)메모로 확인한 부분에 한해서는, 그 부분만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강 재판관은 "원칙적으로는 (수첩의 증거 채택은) 부()이지만, 비고란에 증인 심문 과정 및 검찰 심문 과정에서 인용된 부분에 한하여 증거로 인용된다고 부기될 예정"며 "그렇게 되면 위법수집 증거냐는 논란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지시' 안종범 수첩, 증거로 채택

16일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은 자신이 작성한 '안종범 수첩' 내용을 대부분 인정했다. 이 수첩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삼성 등 대기업에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등에 후원을 강요(직권남용)한 정황이 담겨 있다.

이날 안종범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7월, 대기업 총수와의 면담 후, 기업마다 30억 원의 출연금을 모금하도록 지시했다는 수첩 내용을 인정했다.

또한, 수첩에 적힌 최태원 SK회장의 사면을 SK측에 알려주라는 대통령의 지시, 대통령이 후원금이 제대로 들어왔는지 확인해보라고 지시한 사항 등이 모두 사실임을 증언했다.

헌재, 최순실 조서는 증거 불채택

강 재판관은 증거로 채택한 검찰 조서 관련해서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진술 과정을 전부 영상 녹화한 것', '진술과정에서 변호인이 입회했고, 그 변호인이 진술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확인된 것'.

강 재판관은 "이러한 원칙으로 조서를 확인해보니 최순실 조서만이 관련해서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했다"며 "최순실의 경우, 변호인이 입회했지만 이의가 있어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증거로 채택된 조서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대기업 회장 등 45명의 진술조서가 증거로 채택됐다. 이들 조서가 증거로 인정되면서 헌재에서는 이들 중 상당수를 증인으로 부를 필요가 없게 된다. 자연히 헌재의 재판 속도는 더욱 빨라진 전망이다.

대통령 대리인단 반발

대통령 대리인단은 즉각 반발했다. 대리인단은 '안종범 수첩' 관련 "어제 출석한 증인(안종범)은 자기가 쓰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면서 "또한, 안종범 수첩은 원본도 아닌 사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종범은 사본의 전부를 본 게 아니고 일부만 봤고, 검찰에서 일부만 보여주면서 심문했다"면서 "증인이 원본의 존재나 내용에 대해 인지 못한 상황에서, 즉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듯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일원 재판관은 "형사재판과 혼동하는 듯하다"면서 "이정도면 충분히 말씀드린 듯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브리핑을 통해 "이의신청을 할 계획"이라며 "불법적으로 수집한 내용(안종범 수첩)에 대해서는 증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이다. 우리는 그 수첩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집된 게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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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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