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측이 제출한 '세월호 7시간' 행적이 담긴 답변서를 두고 "부족하다"며 보충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대리인 측은 박 대통령의 2014년 4월16일 행적에 관한 답변서(A4용지 19쪽 분량)를 헌재에 제출했다.
헌법재판소 이진성 재판관은 10일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서 "(제출한) 답변서는 피청구인이 당일(세월호 참사) 했던 행적을 밝히는 것에 대해 못 미치는 부족한 답변서"라며 좀더 자세한 설명이 담긴 답변서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날 오전 탄핵심판 3차 변론을 앞두고 헌재에 '재판부 석명 사항에 대한 답변서'를 냈다. 헌법재판소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한 지 19일 만에, 그리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1일째의 일이다.
답변서에는 박 대통령이 당시 서류 및 보고를 검토하고 구체적 지시를 하는 등 정상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 등이 담겨 있다. (☞ 관련기사 바로가기 :[전문] 박근혜가 헌재에 밝힌 '세월호 7시간' 자료)
헌재 "대통령 7시간 입증할 증거 부족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진성 재판관은 "상당부분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그날의 보고, 지시에 대한 것은 기재돼 있다"며 "보고와 지시도 중요하지만 그날(1차 준비기일) 제가 밝히라고 한 것은 피청구인의 기억을 되살려서 당일 했던 행적에 대해 밝히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재판관은 답변서에 적힌 내용 중 일부를 예로 들기도 했다. 이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세월호 침몰에 대해 인지한 시점이 언제인지가 여기에는 나와 있지 않다"며 답변서에 오전 10시에 보고를 받아서 알게 된 것처럼 기재돼 있지만 이미 TV에서는 오전 9시 넘어서부터 (세월호 침몰이) 보도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TV로 (세월호 관련) 확인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기억을 살려서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 재판관은 "(세월호 당일) 안보실장과 수차례 전화를 했다고 답변했는데, 답변서에 첨부한 내용에는 안보실장이 피청구인에게 서면으로 보낸 보고서가 있을 뿐"이라며 "그 밖의 자료도 제출해 달라고 했는데, 그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재판관은 "참사 당일 정오에 고용복지수석과 통화를 했다고 답변하면서 고용복지수석과의 통화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면서 "그렇다면 수차례 통화한 안보실장과의 통화 기록도 있을 테니 그에 대한 기록도 같이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호성, 자기 재판 준비 때문에 헌재 불출석
한편, 이날 오전 증인으로 채택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불출석했다. 정 전 비서관은 불출석 사유서에서 본인의 형사재판 준비를 위해 헌법재판소에 출석하기 어렵다며 자신의 법원 공판기일인 18일 이후에 기일을 잡아주면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 위원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강제구인장 발부를 헌재에 요청했다. 권 위원은 "헌법재판에서 민·형사 재판과 달리, 증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불출석하면 1년 이하 징역 1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받게 하는 것은 헌재의 권위와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 별도로 형사처벌법을 두는 걸로 이해한다"며 "그런 취지에서 정 전 비서관이 자신의 형사재판을 위해 불출석하겠다는 건 정당한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 위원은 "정당한 사유란 질병, 관혼상제, 천재지변 등을 뜻한다"며 "직권으로 구인장을 발부해 여기에 데려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박한철 헌재소장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심판으로 엄중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면서도 “본인의 형사재판을 참작해달라는 것은 개인 권리 보장 차원에서 보류할 필요가 있기에 19일 오후 2시 다시 소환해서 신문하겠다”고 결정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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