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전추 "옷값 朴이 봉투로 줘"…고영태 증언과 정면 배치

헌재 2차 변론기일... 윤전추 행정관, 의상대금과 '세월호 7시간'만 기억

기억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수행비서인 윤전추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의 이야기다. 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 전 행정관은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자기가 하는 일조차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반면, '세월호 7시간' 등 대통령이 해명해야 하는 부분은 세세한 시간과 장소까지 기억하는 다소 모순적인 모습을 보였다.

윤 행정관은 대선 직전인 2012년 초, 최순실 씨 소개로 박근혜 대통령 개인 트레이너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3년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으로 깜짝 발탁, 이후 박 대통령의 개인 업무 및 수행을 담당하는 비서가 됐다. 세월호 참사 당일에는 청와대 관저에서 박 대통령을 수행했을 뿐만 아니라, 일명 청와대 '프리패스' 인사들도 수행한 인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윤 행정관 '최순실, 정말 예의바른 분"

윤 행정관은 이날 최순실 씨와의 관계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 윤 행정관은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박 대통령의 의상 관련해서 최순실 씨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에 들어온) 초기에는 최순실 씨가 (청와대에) 들어와 의상 일을 도와줬다"면서 "하지만 이후에는 내가 알아서 직원들과 했다. (초기 이후에는 최순실 씨가) 일일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행정관은 최순실 씨에 대한 예찬을 쏟아냈다. 그는 "언론에서 보고 놀랐는데,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건방지고)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며 "정말 예의바른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함께 있던 적을 본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최순실 씨를) 시녀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대통령 앞에서 안하무인이라고 보도되는 것과는 전혀 반대의 태도였다. 매우 공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신과의 관계를 두고는 선을 그었다. 그는 최순실 씨가 자기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소개해주었다는 의혹을 두고 "그건 내가 알지 못 한다"면서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러자 강일원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2012년 초 그때 피청구인(대통령)을 도울 때, 피청구인 주변 인사 중 인사도 했고, 전화번호도 가진 사람은 최순실 씨가 유일하다"면서 "최순실 씨 말고 그 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가 있었느냐"고 묻자 윤 행정관은 "없다"면서 최 씨가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었음을 인정했다.

반면, 윤 행정관은 이날 탄핵소추 국회 대리인들의 질문에 시종 "모른다", "잘 알지 못한다", "보안상 말할 수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 등의 발언만 100여 차례 하는 등 '모르쇠'를 이어갔다.

박근혜 대통령 관련해서 "개인 업무는 어떤 업무였는가", "대통령의 비공식 업무는 무엇이냐", "대통령과의 연락을 취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 질문에도 모두 일관되게 "말하기 어렵다"고 진술을 거부했다.

급기야 헌법재판소 강일원 재판관이 "지금 증언하는 내용 중 본인 증언 내용이 본인의 어떤 범죄 혐의에 영향을 미칠 경우 진술을 안 해도 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말해야 한다"면서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내용은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 행정관 "대통령 의상비, 현금으로 지급했다"

이날 시종 '모르쇠'로 일관한 윤 행정관이지만 두 가지 부분에서는 또렷이 기억했다. 윤 행정관은 박 대통령이 순방이나 행사 때 입는 의상의 구입비 관련해서 "(대통령에게 직접) 노란 서류봉투(의상비)를 받아 의상실에 가져다주었다"면서 "현금으로 지급했고 현금 영수증은 발급받지 않았다"고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게 현금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이 '이 돈을 의상실에 가져다주라'고 말했다"면서 현금임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12월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당시 청문회에 출석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 진술과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고 전 이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방과 옷 100여벌을 만들어주고 그 비용을 모두 최순실 씨에게 현금으로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러한 진술은 곧바로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로 연결됐다. '비선 실세' 최 씨의 편의를 박 대통령이 봐주면서 그 대가로 옷값을 받았다는 도식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날 윤 행정관의 대통령 증언은 이와는 상반된 진술이라 청와대에서 입을 맞췄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권선동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은 "다른 것은 그렇게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돈 준 부분은 어떻게 그렇게 기억을 잘 하느냐"고 비꼰 이유기도 하다.

"세월호 당일, 대통령 머리, 20분도 안 걸렸다"

윤 행정관은 '세월호 7시간' 관련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윤 행정관은 "그날은 잘 기억이 난다"면서 "아침 7시 30분 청와대 본관에 출근한 뒤, 박 대통령의 지시로 오전 8시 관저로 이동한 뒤, (대통령의) 개인 업무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행정관은 "이후 오전 9시 박근혜 대통령은 관저 집무실로 들어갔고, 이후 10시께 긴급 서류가 관저로 배달됐다"고 말했다. 당시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당시 대통령이 관저에 있는지, 본관에 있는지 몰라 (세월호 참사 관련) 두 곳에 모두 보고서를 보냈다"고 국정조사에서 증언한 바 있다.

윤 행정관은 서류 관련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전달했고, 이후 10시와 12시 사이에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급히 관저 집무실을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관저는 조용했고 박 대통령은 계속해서 관저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상황이 달라진 건 오후부터였다. 서류들이 계속해서 관저로 올라왔고 분위기가 긴박하게 돌아갔다고 했다.

윤 행정관은 현재 논란이 되는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이 머리를 올린 것을 두고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오후가 되어 배가 전복되고 구조도 안 되는 긴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급히 재난대책본부를 방문하겠다고 결정했다"며 "이에 (중대본 간다는 지시 이후) 미용사를 불러 머리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머리 한 시간을 두고 "생각보다 너무 빨리 (머리가) 나와 놀란 기억이 난다"며 "머리 하는데 평소 30~40분 걸리는 데 2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시간이 거의 소요되지 않았음을 애써 강조하기도 했다.

권성동 "기억하기 쉽지 않은 것들은 잘 기억하니..."

세월호 7시간'은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소명하라고 명령한 안건이다. 하지만 대통령 대리인 측은 이날 변론기일까지도 이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이날 윤 행정관의 '세월호 7시간' 관련 적극 해명은 소명 전, 미리 간을 보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세월호 7시간'의 일부분을 단편으로 보여준 뒤, 이에 관한 여론과 분위기 등을 봐가면서 추후 7시간의 퍼즐을 맞추려 한다는 것.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 위원은 이날 2차 변론기일이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윤 행정관이 위증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건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반대로 의상 대금, 세월호 7시간 등 시일이 흘러서 잘 기억하기 쉽지 않은 것들은 잘 기억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3차 변론기일은 10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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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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