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나? 한-중 '사드 갈등' 본격화

주한 중국대사 불러들인 정부 "안보 원칙 당당하게 견지"

외교부 김형진 차관보가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와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를 두고 외교부는 사전에 예정됐던 비공개 만남이었다고 밝혔지만, 정황상 사실상의 '초치(招致)'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양국의 갈등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날 오전 추 대사가 서울 도렴동에 위치한 외교부 청사를 방문한 형식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한중 양국은 서울과 베이징 외교채널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해서 수시로 긴밀히 소통해 오고 있는데 오늘 면담도 이러한 차원에서 이루어졌다"고 답했다.

예정된 면담 일정인지, 아니면 오늘 초치를 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조 대변인은 "예정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오늘 면담에서는 최근 양국 정부의 관심 사항인 사드 문제, 그리고 중국 어선 불법 조업 문제, 한·중 수교 25주년 관련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전방적인 의견 교환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면담을 두고 정부가 본격적으로 중국과 각을 세우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2일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사드 문제와 관련 "외교부를 포함한 정부 내에서 필요한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상대방이 하는 것에 대한 정확한 의도와 성격 분석을 해야 할 것이고, 거기에 맞춰 필요한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추 대사와 면담도 이러한 대응의 일환이냐는 질문에 조 대변인은 "이미 예정된 면담이었다. 시국 상황에 맞춰 주요 현안에 대해 정부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기회"였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김 차관보와 추 대사의 만남이 '초치'였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제인 4일(현지 시각),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면담을 하며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말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정부가 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추 대사를 사실상 초치한 것으로 보인다.


왕이 부장이 "(한중) 양측이 서로 이해가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사드 배치) 프로세스를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늦춰야 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 정부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조 대변인은 "사드 배치는 주권적이고 자위적인 방어조치로, 정부는 안보 사안에 대해서는 원칙을 당당하게 견지해 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야당 의원들과 만남에서 한류 콘텐츠에 대한 금지령인 이른바 '한한령'을 비롯, 전세기 운항 연장 불허, 한국행 여행 제한 조치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을 두고 조 대변인은 "(사드 배치가) 한중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고자 한다"고 답했다.

그는 "중국이 취하는 여러 조치에 대해서 중국에 있는 우리 대사관과 관계 부처, 유관기관 간의 긴밀한 협의와 협력을 통해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범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방부 역시 사드 배치는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사드는 고도화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주권적, 자위권적 방위 조치 사항"이라며 "중국 측에 우리 입장을 지속적으로 설명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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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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