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못' 사드, 출구는 어디에?

"차기 대통령이 트럼프와 끝장 토론 각오로 설득해야"

관심은 서서히 '박근혜 이후'로 넘어간다. 정치권도, 시민사회도, 광장의 촛불도 이제부터 이뤄야 할 개혁 과제 추리기에 여념 없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는 우선순위 상위권에 거론된다. '집권 플랜'을 내놓아야 할 대선주자들도 사드에 대한 입장을 피해가지 못한다. 차기 대통령의 외교안보관(觀)이 사드에 걸렸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범여권 주자들보다 야당 대선주자들에게 곤혹스런 문제다.

28일 사단법인 '뉴코리아'(이사장 이만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가 군사적 효용성을 무시한 잘못된 결정이란 점에 동의하면서도 출구 전략이 엇갈렸다. 철회론과 현실론으로 양분된 가운데, 현 정부가 밀어붙이는 방식에는 일제히 반대했다. 다음 정부의 몫이란 뜻이다.

"박근혜 탄핵이 곧 사드 탄핵"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은 "무기로서 효용성도 미지수인 데다 중국의 경제 보복과 군사 압력까지 불러올 수도 있는 무기 체계를 들여오면서도 (박 대통령이)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과정을 비판했다.

그는 특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통치 방식에 대한 탄핵의 의미도 있다"며 "탄핵과 함께 사드 배치도 원인 무효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부원장은 "조기 북한 붕괴론과 박 대통령 임기 중 통일론이 최순실의 믿음이었고 그 말에 박 대통령이 사로잡혀 사드 배치 문제를 진행했다면, 박 대통령 탄핵과 함께 사드 배치 방침도 탄핵된 걸로 간주하고 차후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황 부원장은 사드 배치 결정을 밀어붙인 정부에 대한 야당의 미온적 대응도 지적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국회 비준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며 "추미애 대표가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했음에도 (당 대표 당선 뒤) 사드 반대 당론화 과정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문재인 전 대표가 '사드 문제는 차기 정부로 넘기라'고 했는데, 향후 문 전 대표의 주장과 당의 입장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지 민주당이 이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지난 15일 "다음 정부로 사드 배치에 대한 진행을 미루는 것이 옳다"며 사실상 사드 배치 원점 재검토 방침을 시사했다.

황 부원장은 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기간 중에 MD 무용론을 주장했는데, 이는 타국의 내정이나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대외정책 기조에 부합한다"면서 "트럼프 당선자가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5~6개월 후 트럼프 정부의 내각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은 우리가 트럼프 정부와 타협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다음 정부로 넘겨서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직접 다뤄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실무자들이 협상하면 한미 동맹 논리 때문에 미국에 끌려가게 된다"면서 "대통령이 끝장 토론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정상회담에서 (사드 철회를 위한) 딜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자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를 끈질기게 설득했던 전례를 언급하며 '국가 지도자의 철학과 의지'를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차기 대통령이 미국에) 사드 배치의 득실을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는 반미 정서가 강하게 일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이 이런 '약자의 공간'을 활용하면 미국도 사드 하나 반대한다고 해서 동맹을 깨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나쁜 결정이라도 사인했으면 책임져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무기 체제로서 사드의 효용성 측면에서 "사드로 북한 미사일을 맞출 가능성은 단언컨대 10%도 안 된다"며 "사드 배치는 오히려 북한만 유리하게 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한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동아시아에 공포와 균형이 유지되는 새로운 냉전시대를 가져올 것"이라며 "사드 배치는 우리의 미래라는 점에서 미중 관계에 있어 대립 사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다만 "미국과 중국의 결정이나 압박 때문에 사드 문제를 결정하면 우리가 잃을 것이 너무 많다"면서 "군사기술적인 측면에선 효과가 없는 게 분명하지만 국가 이익이나 안보 차원, 미래의 차원에서 시간을 갖고 심사숙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특히 "국가도 생명체다. 사인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탄핵과 함께 사드 배치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찌 보면 무책임할 수 있다"고 전면 철회론과는 선을 그었다.

그는 "사드 문제는 외교안보적 문제이기 때문에 (차기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하는 문제"라며 "전 정부가 문제가 되는 결정을 했더라도 차기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무조건 반대론은) 색깔론에 부딪혀 헤어 나올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김흥규 교수도 "한미 간에 합의한 것은 지키는 쪽이 최상의 방안이며 차선은 연기하는 방안이고 최악은 극단적으로 철폐하거나 (사드 포대를) 추가 도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북한과 중국, 일본이 모두 관망 상태이므로 사드 배치 같은 중요한 문제는 당분간 추진하지 않으면서 상황 변화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며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자와 인내심 있게 딜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중국 입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 목표는 사드 배치의 최대한 연기일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정치계가 미중 모두와 타협할 수 있는 접점은 사드가 대북한용임을 확인하고 이를 제도화해주는 '사드의 한반도화' 조치"라고 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미국과 타결한 '북핵 대응용, 1개 포대, 종말 단계 레이더 고정 배치'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추가적인 용도 변경이나 배치 비용의 발생은 새로운 협상의 영역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시대가 요구하는 차기 리더십은 타개형 리더십이다. 다음 대통령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미국과 중국을 모두 설득시킬 수 있는 해결책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이 (아시아에서) 한미동맹 보다 미일동맹 중심으로 재편하려 하는 만큼 우리도 남북관계 등을 안정시킬 리더십과 시간이 필요한데, 사드가 불필요한 빌미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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