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뇌물죄 아냐' 강변 "나를 완전히 엮은 것"

"최순실 딸 동창회사인거 언론 보도 보고 알아"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새해를 맞아 청와대 출입 기자단과 예고 없는 간담회를 열고 최순실 씨와의 관계, 뇌물죄 혐의 등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공모나, 누구를 봐주기 위해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최순실 씨 딸의 동창 학부모에게 금품을 받고 대통령을 꾀어서 지원하게 만들고 삼성의 승마 지원 의혹도 있다. 특검은 이를 '공모'로 보고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공모나 누구를 봐주기 위해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 경제도 큰 기업을 돕기보다 기술을 갖고 실력으로 창업하거나 중소기업도 이름이 크게 나질 않아서 (상품이) 없어지는 일이 있는데 이건 안된다고 해서 전시회나 박람회나 청와대 중소기업 모임 등에 가서 들으면 그 분들은 항상 아쉬운 게 많다. 그러면 제가 밥 먹으면서도 항상 메모를 한다. 나중에 경제수석실이나 얘기를 해서 이런 애로가 있다는데 알아봐 달라. 있다면 관심 갖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연결해 주거나 길을 터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 딸의 동창 학부모가 운영하는 기업인 'KD코퍼레이션'을 도와달라고 현대차 등에 직접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 "KD코퍼레이션' 얘기하는 것 같은데 순전히 그런 차원(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기술력이 있다니까 여기도 거대한 기업에 끼여서 제대로 명함 한번 못 내미는거 아닌가. 그렇다면 알아봐서 실력이 있다면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느냐 그런 차원이었다"고 본인이 직접 '브로커' 역할을 한 부분을 사실상 시인했다.

최순실 씨의 공소장에 보면, 최 씨는 자신의 딸 정유라 씨의 초등학교 동창생 학부모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과 관련해 박 대통령을 움직여서 현대차에 '일감을 주라'는 압력을 넣게 했다. 그 대가로 최 씨는 수천 만원 짜리 명품 가방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제가 누구를 알아도, 그러나 그 사람이 개인적 이득을 위해서 부탁하는 것은 전 절대 금기다. 아는 것은 아는 것이지 절대 이익을 챙겨주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하는데 (최순실 씨가 KD코퍼레이션과) 아는 사이였다는 것은 저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일개 중소기업을 찍어서 대기업에 '일감' 압력을 넣었는데, 그게 최순실 씨 지인 회사였다는 것을 몰랐다는 설명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문화 융성 사업 관련해서도 "말도 많았지만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제가 몰랐던 것들은 밝혀지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문화창조벤처단지에 (문화예술인들이) 입주해서 소통하고 아이디어 얻고 법률 상담 받고 원스톱 서비스 받아서 문화적 역량만 있으면 외국에 나가고 해서 굉장히 경쟁률이 높았다. 그렇게 하다가 이런게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다 멈추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삼성 합병 의혹'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단순히 '정책 결정'이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공교롭게도 최순실 씨는 박 대통령의 '정책 결정' 이후 수백억 원의 돈을 삼성으로부터 받게 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대가로 대통령이 최순실 씨를 엮어서 도와주라고 했고, 이것이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박 대통령은 "(근거없이 뇌물죄로)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누구를 봐줄 생각, 이런 것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제 머릿속에도 없었다. 삼성 합병은 당시 국민들, 증권사 등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였다.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기업이 공격을 받아서 (합병이) 무산된다면 국가적, 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는 생각으로 국만들도 관심갖고 지켜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20여 개 우리나라 증권사도, 한두 군데 빼고 다 (합병을 위해 국민연금이 도와주도록) 해 줘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저도 국만연금이 바로 대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국민연금도 챙기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결정이든 간에 국가의 올바른 정책 판단이다. 그러나 여기를 저기를 도와주라고 한 적은 없다. 나를 엮은 것이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즉,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삼성 합병건을 해결하라고 한 것은 '통치 행위'라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이후 최 씨와 최 씨의 딸이 삼성으로부터 수백 억 원을 지원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와 관계에 대해 "몇십 년 된 지인이다. 지인이 지인이지, 오랜 세월 아는 사람이 생길수 있다. 그렇다고 지인이 모든 걸(국정 운영 등) 다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 않나. 대통령의 책무와 판단이 있는데 어떻게 지인이 모든 것을 다한다고 어떻게 엮어서"라며 "저는 대통령으로서 철학과 소신을 갖고 국정을 운영해 왔다. 복지나 외교, 안보, 경제 등등은 참모들과 의논하면서 저 나름대로 더 정교하게 좋은 생각이나 아이디를 얻게 되고, 계속 외교 안보 부분 정책 등을 발전시켜와 지금은 그런 틀을 갖춰왔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뿌리 내리도록 마지막까지 좋은 마무리를 해야지, 생각하다가 이런 일을 맞게 됐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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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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