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日 영사관 앞, 소녀상이 하나 더 설치된다

박삼석 구청장 "소녀상 문제, 자치단체가 감당하기 힘들어"

'소녀상 철거'로 여론의 뭇매를 맡았던 부산 동구가 30일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소속 박삼석 동구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하고 "시민단체가 일본 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한다면 막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동구청장은 "많은 시민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 문제는 자치단체가 감당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앞서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1주년'을 맞은 지난 28일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일본 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했지만, 4시간 만에 강제 철거당했다.

박삼석 동구청장은 도로교통법에 위반한다면서 소녀상 설치를 허용하지 않았고, 소녀상 철거에 맞서 '소녀상 추진위원회' 측 40여 명은 연좌 농성을 벌였다. 동구는 구청 직원 60여 명을 동원해 농성하는 소녀상 추진위원회 청년들을 끌어냈고, 이 과정에서 13명이 공무 집행 방해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이에 '소녀상 추진위원회' 회원 10명은 28일부터 소녀상 설치 허용을 촉구하며 무기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이튿날인 29일 동구청 홈페이지에는 '소녀상 설치 불허' 결정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한때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항의 전화가 구청으로 빗발치면서 업무도 마비됐다. 하지만 박삼석 동구청장은 서울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국위원회 참석 차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으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추미애 대표 등 정치권도 소녀상 철거 결정을 비판했다. 결국 소녀상 설치를 불허한 지 이틀 만에 박삼석 구청장은 입장을 바꾸며 백기투항한 셈이다.

▲ 28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 영사관 앞 인도에서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설치한 평화의 소녀상을 동구청 직원들이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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