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육청이 먼저 나섰다…국정교과서 '취소' 릴레이

시·도교육감협의회 "일선 고교에 주문 취소 요구하기로"

일선 학교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주문했다가 취소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교육청은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2017학년도 한국사 국정 교과서를 주문한 광주 모든 고등학교에서 이를 자발적으로 취소했다"고 밝혔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도내 특수학교 5곳을 포함한 고등학교 총 72곳 가운데 50곳이 국정 교과서를 신청했다가 취소했다"며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상으로 확인된 취소 부수는 1만4700여 권"이라고 밝혔다.

중학교의 경우, 광주를 비롯해 서울‧전남‧전북‧충북 등 상당수 지역에서 국정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기로 이미 합의했다. 경기도 또한 도내 중학교 623곳 가운데 24곳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신청했으나 그 중 22곳이 최근 주문을 취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러나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에서 국정 교과서 주문을 철회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대입을 앞둔 상황에서 교육부가 추진하는 국정 교과서를 거부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전국 2345개 고교 가운데 국정 교과서를 신청한 곳은 지난 9월 1일 기준 70.9%에 해당하는 1662곳에 달한다.

광주교육청은 아울러 "고등학교 1학년에 편성된 한국사를 교직원 회의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2학년 또는 3학년으로 재편성하는 학교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광주를 시작으로, 국정 교과서 주문을 취소하는 고등학교가 전국적으로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일선 고등학교에 국정교과서 주문을 취소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검토하고 있기 때문.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 가운데 경북·대구·울산을 제외한 14개 시·도 교육감들이 이같은 방안에 동의하고 향후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교육청은 이와 관련, "광주교육청에서는 한국사 국정교과서의 구입 대행 업무를 거부할 것이며, 전체 중등 역사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사 역량강화 연수를 추진하고, 역사 교과 교수 ‧학습 자료 TFT팀을 구성하여 수업 활용 자료를 개발‧보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교육부는 21일 "교장이 주문한 교과서를 교육감이 취소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학교장의 교육 과정 편성권을 침해하는 월권 행위"라고 밝혔다.

정부도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대 여론이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제가 알기로 (국정교과서) 찬성 여론이 30% 이상, 반대 의견이 60% 이상"이라며 "국민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고, 내년 3월 신학기에 역사 교육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기 위한 고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 교과서 현장 배포를 강행하는 방안 대신, 국정교과서와 검정 교과서를 일선 학교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경우 사실상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물건너 갈 수밖에 없고, 나아가 국정 교과서 자체가 퇴출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장관은 "23일까지 (국정교과서 현장 배포 방안 등에 대해)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다음 주에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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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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