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박근혜 '뇌물죄' 자백한 것"

참여연대 등 법조계 "뇌물죄, 대가성 여부 중요치 않아"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적용 관련 결정적인 증언들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통해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일 국회에서 진행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국정조사)' 청문회와 관련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소장 대행 김성진 변호사)는 긴급 논평을 냈다.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의 이날 발언들을 토대로 "이재용 부회장이 대통령에게 금품을 공여했다는 사실이 확립되었고, 따라서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문화융성, 스포츠 발전 위한 기업들의 지원을 요청했다는 점 △이후 삼성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다는 점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모녀가 소유하고 있는 독일의 코레스포츠(이후 비덱스포츠로 회사명 변경)에 삼성이 현금 35억 원 제공 등 최순실 일가에 대한 개별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점 등을 시인했다.

이 부회장은 두 차례의 박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에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문화융성"과 "스포츠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낌없이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은 "기부라는 단어는 없었다"며 "(돈을) 출연해달라는 뜻으로는 이해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한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 출연에 대해서는 "대가성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박 대통령의 '지원 요청'이 있었고, 실제로 지원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 부회장은 최순실 씨 모녀 측에 현금 35억 원 등을 적절하지 못하게 지원했다는 것을 시인했다. 관련해 이 부회장은 "나중에 보고받고 적절치 못한 지원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최 씨 모녀를 지원한 '부적절한 절차' 등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국민연금을 통해 특혜를 받았다(뇌물 의혹)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최 씨 모녀에 대해 부적절한 지원이 이뤄졌음은 시인하고 있다.

이 부분이 특히 박 대통령을 향한 뇌물죄 적용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들이 법조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의 핵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또는 간접으로 금품을 제공했는지' 여부이지, 그 행위에 '대가성'이 있었는가 여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대통령의 뇌물 수수와 관련한 대법원의 1997년 판례를 제시했다.

해당 판례는 "대통령에게 금품을 공여하면 바로 뇌물공여죄가 성립하고, (중략)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하여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으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판례에 비추어,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재단에 출연하고,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 모녀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지원 등의 사실을 시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증언은 뇌물죄에 대한 자백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관련해 "최순실 측이 받은 돈은 대통령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양자 사이는 특수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와 관련하여 금품의 제공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구체적 대가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대법원의 판례는 '대가성의 부인'에 올인하고 있는 다른 재벌 총수에 대한 뇌물죄 성립에 있어서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고 지적했다.

향후 박영수 특검의 대통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증언은,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을 위한 단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증언대로라면 박 대통령이 뇌물죄의 '주범'이 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 부회장이 최 씨 모녀에 대한 지원 사실, 두 재단에 대한 지원 사실을 당시에 알지 못했다고 말한 부분은 철저히 계산된 답변처럼 보인다. 실제 이 부회장이 몰랐다면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 기소 과정에서 뇌물죄 혐의를 벗어날 수도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을 보고 최 씨 모녀와 두 재단 출연을 결정했을 삼성의 '누군가'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