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하게 하는 '육사신' 포진한 용산, 윤 대통령이 문제다

[정희준의 어퍼컷] 간신, 주술사, 아사리판 국정…쿼바디스 대한민국

간신(奸臣)이 있었다. 기원전인 중국 전한 말기 유향(劉向)은 2000년간 나라를 이끈 군주들을 보좌한 신하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 <설원(說苑)>에서 여섯 종류의 해로운 신하, 육사신(六邪臣)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간사한 신하, 간신이다. 마음이 바르지 않고, 원칙보다는 사리사욕을 좇아 나쁜 꾀를 부리는 신하다.

그런데 지금은 잊혀진 다른 '해로운 신하' 유형도 유념해야 한다. 무능하면서도 자리만 지키며 녹봉만 챙기려는 구신(具臣), 왕에게 아첨하는 '예스맨' 유신(諛臣), 악한 술수와 중상모략에 능한 참신(讒臣), 군주에게 불충하거나 반역하는 적신(賊臣),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망국신(亡國臣) 등이 그것이다. 이 육사신의 반대편 저 끝에 충신(忠臣)이 있을 것이다.

라스푸틴이 있었다. 러시아제국 말기 떠돌이 요승이었던 그는 화려한 언변과 예지력으로 귀족, 특히 귀부인들의 관심을 얻는다. 니콜라이 2세 황제 부부의 신임을 얻은 그가 국정을 좌지우지하게 되자 황족과 신하들은 "그를 멀리하라"고 충고했지만 특히 황후의 절대적 신뢰 속에 폭정을 휘두르며 사리사욕을 챙겼다. 결국 러시아제국은 멸망했고 황제 가족은 물론 시녀들까지 총살된다. 이후 내전에 빠진 러시아에서는 5년간 1000만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대통령실의 품격이 곧 나라의 격인데...

대통령실(과거 청와대)에서 일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문성, 균형감각, 충성심이다. 이론과 현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물론 문제 해결 능력을 겸비한 전문성은 필수다. 정권의 지지 세력이나 특정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국정을 우선시하는 균형감은 당연하다. 대통령은 물론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심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 대통령실 구성원들의 면모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렇다 할 전문성이 보이지 않는 사람부터 여사를 '작은 엄마'라 부르는 행정관, 펀드매니저였다가 코바나콘텐츠에서 도슨트를 했던 비서관, '김건희 황제 관람'을 기획한 비서관을 위시해 언론 경력이 전부인 자들이다. '7상시,' '8상시'로 불리는 이들이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을 제치고 여사에 직보하며 국정을 주무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심지어 비서실장의 공식적 발언조차 가볍게 뒤집어 언론에 흘린다. 한마디로 아사리판이다.

이들이 간신이면서 구신이고, 유신이자, 참신이다. 비서관이라는 자가 '따까리,' '맛탱이' 등 공직자가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현란하게 구사하며 자신이 섬기는 대통령을 두고 '지가,' '저게,' '꼴통'이라는 막말로 능멸하니 이게 바로 적신이고, 이들이 모두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망국신이 될 터이다. 지금 대통령실의 풍경이다.

육사신의 나라

특히 문제는 간신들의 득세가 대통령실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검찰, 방송장악 외엔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방송통신위원회,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종결처리한 권익위원회, 그 명품백을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만한 백"으로 호명한 덕에 KBS 사장 자리에 오른 앵커, 자신의 병사들을 지키기보다 자리 챙기기에 급급한 해병대 똥별들. 육사신들의 전횡에 권익위 간부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했다.

보다 근본적 문제가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현명한 군주는 충신과 간신을 쉬 구별한다. 그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군주는 직언에 언짢아하고 충신을 멀리하는 반면 아첨에 기뻐하고 간신을 가까이하는 법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소속 김근식 교수는 "간신은 끝까지 충신인 척" 한다고 지적한다. 윤 대통령은 충신과 간신을 구분할 수 있을까?

첩첩산중, 정작 미치고 팔짝 뛸 문제는 김건희 여사다. <한겨레21>은 "여사가 공적인 결정과 관련해 조언을 구하는 명리학자나 무속인이 분야별로 7~8명 더 있는 것으로 안다"는 한 명리학자의 증언을 전했다. "김 여사가 중요한 자리(인사)를 고려할 때 사주를 즐겨 본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의 증언도 덧붙였다.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을 뽑을 때 이력서를 봤는데, 이력서에는 사진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어서 무당을 통한 사주를 본다는 말도 있었다"는 것이다.

'주술 국가'의 등장

일설에 의하면 여사가 조언을 구하는 무속인이 분야별로 7~8명이 더 있다는데 풍수, 관상, 사주, 미래 예측 등 '주술의 분야별'이라고 한다. 궁금하다. 설마 교육, 노동, 연금, 의료 등 '국정의 분야별'은 아니겠지? 아니, 그런데 대통령실 인사를 무당 통한 사주로 결정한다지 않나. 그렇다면 혹시 장관도 그렇게 뽑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지난 대선 당시 그 역술인에게 "이준석(당시 당대표)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한다. 대선도 주술에 의존했던 것인가? 그렇다면 혹시 대통령 취임 이후 여당 문제도? 그거 다 국정 아닌가? 육사신만으로도 나라가 어지러운데 이젠 무속인들까지? 대한민국이 언제 주술 국가가 되었나. 아, 아닌가? 그게 차라리 '김건희 라인'보다는 나을 수도 있는 건가?

'쿼바디스 도미네.' 베드로가 예수에게 한 말이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지금 이 나라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지난 2022년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전용기를 타고 이동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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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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