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희는 본분인 학업을 잠시 내려놓고 거리로 나가고자 합니다. 대학생 여러분, 거리로 나오십시오. 역사책 한 면에 당당히 나올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십시오."
1920년대 일제 식민지 교육에 대한 저항 차원에서 전국에 들불처럼 번졌던 '동맹 휴업'이 2016년 다시금 재현됐다.
25일 숙명여자대학교 학생들은 "민족의식에서 비롯된 동맹 휴업이 2016년 다시 선포됐다는 것은 대한민국에 위기가 닥쳐온 것을 의미한다. 우리를 투쟁의 현장으로 나오게 한 박근혜에게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려주고자 한다"며 동맹 휴업을 선포했다. 지난달 27일 전교생의 절반가량인 약 4000명이 참석한 시국 선언에 이은 두 번째 집단 행동이다.
숙명여대뿐 아니라 전국 100곳이 넘는 대학이 이미 시국 선언을 통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대답은 "퇴진 불가"였다. 오히려 검찰 수사를 회피하는 등 민심을 거스르는 행태를 보이자, 대학생들은 기존 저항보다 한 단계 수위를 높여 압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숙명여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동맹 휴업에 대한 총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투표 참여 인원 4763명 가운데 91%에 달하는 4285명이 찬성 의견을 냈다. 압도적 찬성이었다.
이날 오후 세 시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본관 앞 광장에서 열린 선포식에는 7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손피켓을 들고 "전진 숙명, 강의실에서 거리로, 박근혜는 퇴진하라" 구호를 외쳤다.
학생들은 "100만 명이 '박근혜 하야'를 외치고 있는데도 박근혜는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촛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는 대통령은 자기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촛불은 더욱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학부 1학년 황지수 학생은 자유 발언을 통해 "우리는 헬조선에서,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를 악물고 사느라 양심에 어긋나는 것을 지나쳐 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에게 단 하나 고마운 게 있다면 무기력의 장막을 찢고 나서게 해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혼돈의 역사에서 희망의 빛을 밝힌 주체가 민초였듯 우리는 역사가 이끄는 방향을 따르려한다"며 "주권자로서 명령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학생들은 선포식이 끝난 뒤 교내 행진에 이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해 이날 오후 6시에 열리는 '대학생 총궐기' 집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전국 110여 개 총학생회와 학생 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이번 집회에서 대학생들은 총궐기, '물러나SHOW' 등의 행사를 한 뒤 청와대 인근인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이날 성공회대와 전주교대 등도 동맹 휴업에 동참했고, 서울대는 오는 30일 휴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동국대, 서강대, 연세대, 건국대 등 기타 대학들도 동맹 휴업 여부를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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