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공개하라"

민변 "법원, 교육부 위법성 확인... 국정화 효력 정치 신청 인용 서둘러야"

중·고등학교 국정 역사교과서의 집필 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교육부 방침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강석규)는 2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조영선 변호사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에서 "교과 과정 집필 기준 비공개 처분을 취소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한 뒤,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이 공개되면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집필 기준과 집필자에 대해 비공개 방침을 내렸다.

이에 대해 조 변호사는 "검정 과정과 마찬가지로 시대별 분량과 서술방식, 기준 등 공개적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성과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지난 8월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24일 민변 소속 조영선 변호사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 승소한 뒤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연 기자회견. ⓒ프레시안(서어리)

조 변호사는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 광장에서 여론을 수렴하고 기준을 논의해야 하는데 모든 것이 생략된 채 밀실에서 이루어져왔다"며 이날 판결을 반겼다.

이날 선고를 내린 재판부는 지난 9월 8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집필진 및 편찬심의위원의 명단 공개를 촉구하며 낸 정보 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당시 "명단을 공개함으로써 얻게 될 이익보다 공개에 따라 우려되는 악영향이 훨씬 크다"며, 지난해 11월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 등 대표 집필진 공개 당시 불거진 사회적 파장을 예로 들었다.

조 변호사는 "집필진과 달리 집필 기준은 추상적인 가이드라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공개한다고 해도 집필진이 업무에 큰 지장이 있지는 않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오는 28일 현장 검토본 공개와 함께 편찬 심의기준과 편찬 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현장 검토본 공개를 불과 나흘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날 판결로는 실리적인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조 변호사는 그러나 "당장 현장 검토본 공개가 다음주인데도 굳이 오늘 선고한 것은 실리는 없지만,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교육부 절차의 위법성을 선언한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교육부는 예정대로 28일 국정 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한 후, 약 한 달간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내년 3월 학교 현장에 보급하겠다는 방침이다.

민변 소속 송상교 변호사는 "불과 몇 개월 전에는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법원이 집필 기준을 공개하라고 한 것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라면서도 "국정화 자체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스스로 국정화 절차를 중단할 가능성은 낮고, 그렇다면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현재 계류 중인 효력 정지 신청에 대해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며 법원의 신속한 판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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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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