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두번의 사과도 거짓말이었다

'정치적 금치산자'의 길 택한 朴…최순실의 꼭두각시 인정해야 유리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25일, 11월 4일 대국민 사과 담화문을 통해 거짓말을 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사임한 것은 거짓말 때문이었다. 박 대통령의 도덕성은 완전히 땅으로 떨어졌다.

검찰이 지난 21일 공개한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공소 내용은 박 대통령의 그간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된다.

"최순실 의견 듣는 일 그만두었다"는 대통령의 첫 번째 거짓말

박 대통령은 지난 10월 24일 첫 사과문을 발표한다. 그는 "(선거 때)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2월 취임 이후 최근까지도 "일부 자료"들을 최 씨에게 보여줬다. 3년 넘게 "보좌 체계"가 완비돼 있지 않았다는 의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3월 27일 한반도 통일 구상 관련 '드레스덴 연설문' 이후에도 최 씨에게 청와대에서 생산된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넘긴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4월 14일에는 중동 국가 순방과 정상회담 일정을, 4월 29일에는 체육특기자 입시 비리 근절 방안 보고를 아무런 직책도 없고 비밀취급 인가도 나지 않은 최 씨가 받아 보았다.

최 씨는 그해 8월 7일 박 대통령의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순방 상세 일정을 받아봤고, 9월에서 10월 사이에는 이탈리아 순방 일정표를 받아봤다.

올해 2월에는 K스포츠재단의 더블루케이 스포츠클럽 지원 사업 전면 개편 보고안도 받았고, 박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 시 문화행사 일정도 받아보았다. 올해 4월에는 로잔 국제스포츠 협력 거점 구축 현황을 받아봤다.

즉,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는 박 대통령의 말은 결국 거짓말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11월 4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청와대 제공)

"검찰 조사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는 두 번째 거짓말

지난 11월 4일 발표한 두번째 사과문도 거짓말이 됐다. 박 대통령은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협조는 없었다.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박 대통령은 끝내 거부했다.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는 말을 뒤집었고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것도 공염불이 됐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 요청에는 일체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입장을 180도 뒤집은 것이다. 박 대통령이 애초에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또한 "특별 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역시 뒤집힐 가능성이 없지 않다. 유영하 변호사는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특별검사 추천권을 야당이 가져가는 부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즉 중립적이지 않을 경우 특검 수사조차 거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당장 국회에서 통과한 특검법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해 "특검법을 수용하겠다고 (앞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각오"를 뒤집은 이상, 거부권 행사는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다.

전날 청와대는 "차라리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며 탄핵을 각오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판단인 만큼, 특검법 거부든 특별검사 임명 거부든 청와대가 향후 수사를 집요하게 방해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관련해 청와대가 탄핵을 바라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일단 국회의 탄핵안 처리 자체는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변론에 집중, 국회의 탄핵 결정을 뒤집음으로써 사법처리와 관련한 정치 공방을 일거에 해소하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는 일종의 '도박'과도 같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이 "중립적인 특검"을 언급한 것도 통제 불능의 검찰 수사 및 특검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복선'을 깐 것이라는 해석이다. 검찰과 특검 수사를 거부하면서 탄핵 정국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결국 탄핵 심판 변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말이다.

결국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와 특검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거짓말을 했고, 거짓말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도리어 본색을 드러내 모든 수사를 보이콧하려고 하고 있다.

'정치적 금치산자'의 길 택한 朴최순실의 꼭두각시 인정해야 유리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지난 11월 4일 대국민담화에서 언급한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의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는 발언은, 과연 거짓말인가?

박 대통령은 담화문 내용대로 여전히 본인은 잘못한 게 없으며, 최 씨가 자신을 기망하고 이용해 사익을 챙겼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고 있다. 유 변호사나 청와대가 '사상누각'이라며 검찰의 공소 내용을 비판한 것도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 반영돼 있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장에는 피고인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수석이 "대통령과 공모하여 대통령의 직권과 경제수석비서관의 직권을 남용"했다고 적시돼 있다. 검찰의 수사 결과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박 대통령의 '지시'로 모든 일이 벌어졌는데, 박 대통령은 이를 '최순실 씨가 시킨 일'정도로 축소하고 있다.

즉 박 대통령은 사법 처리를 피하기 위해 무능하고 사리 판단도 못 하는 '꼭두각시 대통령'이 되는 길을 택했다. 그저 최 씨가 "순수한" 자신을 이용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대통령 본인이 사실상 "정치적 금치산자(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임을 인정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박 대통령이 내놓은 이 같은 발언의 진실 여부는 향후 특검 수사에서 가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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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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