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개각 발표하자…이정현, 사퇴 거부 '버티기'

黨 대책회의 도중 개각 발표에 '술렁'…정병국 "이정현, 미리 알았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일 "부족한 당 대표에게 많은 능력을 보태달라"며 사퇴를 거부했다.

전날 김무성 전 대표 등 여권의 잠룡 5인이 이 대표의 사퇴를 공식 요구하고, 며칠에 걸쳐 당내 비주류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끝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혼란에 빠진 당에서 대표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 간담회는 난국 타개를 위한 대책을 세우자는 취지로 소집되었으나, 이 대표의 사퇴 거부와 청와대의 일방적인 개각 발표로 오히려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이 대표는 청와대의 개각 발표 이후 참석자들이 반발하는 와중에서도 "좋을 때는 좋은 대로, 위기일 때는 위기인 대로 하나씩 헤쳐나가고 극복해나가고 수습해 나가는 게 공동체이고 당 조직"이라며 사퇴 거부 발언을 꺼내놨다.

이 대표는 지난 8.9 전당대회에서 비주류의 주호영 정병국 김용태 의원이 당 대표 후보로 출마했거나 출마하려 했던 것을 거론하며 "낙선했더라도 도와야 하지 않나"라는 말까지 했다.

낙선한 당 대표 후보들이 자신에게 사퇴 요구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주호영 의원은 곧장 "말을 아끼시는 게 좋겠다"고 반응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배가 제주도까지 잘 가면 좋은데 가다가 어려움이 생겼고 선장이 당혹스럽다. 불안하고 저도 겁이 난다"며 "잠이 오는 약 3배를 먹어도 잠이 안 올 정도로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책임감을 갖고 선장과 같이 있는 승무원의 자세로 이 위기를 극복해 가자"는 말도 덧붙였다. 사퇴 요구를 거부하며 당 대표직 수행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을, 침몰하는 배에서 선장이 먼저 탈출했던 세월호 사건에 대조적으로 빗댄 듯한 모습이다.

유승민 "토요일 집회 전 대통령 국민 앞에 다시 서야"

오전 9시에 시작된 회의는 안 그래도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던 터였다. 친박계 중심의 당 지도부를 향한 비박계의 공세를 메서웠다. 친박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으나 참석한 다른 친박 중진들이 박 대통령과 이 대표 '엄호'에 총력을 다하기도 했다.

비박계 김재경 의원은 "우리 모두 정치하는 입장에서 거취 문제를 깔끔하게 하는 게 역사에서도 그렇지 않느냐"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국회부의장인 심재철 의원도 "새누리당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국민 신뢰를 상실한 지도부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라는 얘기가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번주 토요일 집회가 열리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앞에 다시 서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사과를 했지만 그 이후 국민의 분노와 실망이 훨씬 더 커졌다. 이번에는 모든 진실을 국민 앞에 바로 밝히고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고 특검이든 검찰이든 모든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자청해야 한다"도 했다.

이에 맞서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정말 당을 위해 하는 일이다, 대통령을 위하는 일이다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정파나 자기를 위해서 (사퇴 요구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지도부 사퇴 요구를 '비박계만을 위한 정치 공세'로 폄하했다.

정갑윤 의원은 "우리끼리 여기서 불 끄고 부채질해서 그 이득이 누구에게 돌아가겠냐"며 "심지어 오늘 지도부를 규탄하는 모습을 보이고, 초·재선들을 불러 연판장을 쓰게 하고 당 지도부에게 사퇴하라고 하는 게 당의 모습이다. 이런 상태에서 누가 우리당을 이끌어가겠냐"고 했다.

黨 대책회의 도중 靑 개각 발표…'당혹'

비박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과 이 대표의 거친 설전도 오갔다. 정 의원은 이 대표에게 "그간 어떤 말씀을 하셨고 과거에 무슨 일을 하셨고 이런 부분들을 거론하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고, 그러자 이 대표가 "제가 도둑질을 해먹고 누구랑 연관된 것처럼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공식석상에 적절하지 않다"고 응수했다.

정 의원은 물러서지 않고 "당 대표니까 제가 자제를 하는 것"이라고 하자 이 대표는 "자제하지 말라. 그냥 말해라"고 다시 맞받았다. 지켜보던 정진석 원내대표가 "그만하라"고 중재에 나섰지만 효과가 없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설전이 진행되던 중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청와대가 오전 9시 30분께 개각을 발표했다는 소식이 회의장에 전해지자 분위기는 더욱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앞서 거국 내각 구성 방안 등을 청와대에 제안했던 당 지도부로서도 민망한 상황이 연출된 터라 친박계 참석자들이 보인 당혹감도 만만치 않았다.

설전 중이던 정 의원이 이 대표에게 바로 "대통령이 총리를 발표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느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나중에"라는 짧은 답변만을 내놨다. 정 의원은 이에 "백날 떠들어봐도 소용이 없는 것 아니냐. 우리가 의견을 모아서 말씀을 전하려고 하는데 총리를 내정하고 이런 상황이라면 이 회의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거국 내각 구성과 관련해 국회와 미리 상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대통령이) 이를 걷어차버린 상황이 돼 대단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도 기자들을 만나 "당에서 회의를 이렇게 하고 있는데 발표를 한 것은 조금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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