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무회의 발언, 최순실 문건 판박이"

안민석 "박 대통령, 최순실 측근이 작성한 '승마협회 살생부' 읽었나?"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측근이 만든 '승마협회 살생부' 내용을 국무회의에서 거의 그대로 읽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 내용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어서 파장이 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수정을 넘어 국무회의 발언을 직접 작성했다는 정황이 있다"며 박 대통령의 발언과 최순실 씨 측근이 작성한 '승마협회 살생부' 내용이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7월 23일 국무회의에서 "본인의 명예를 위해서 체육단체장을 하거나 체육단체를 장기간 운영하는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안민석 의원은 "국무회의에서 하기에는 대단히 어색하고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런 발언을 국무회의에서 한 적이 없고 박 대통령이 평소에 체육에 관심이 높은 분도 아닌데, 많은 체육인들이 왜 이런 말을 대통령이 하는지 의아해했다"고 전했다.

안민석 의원은 2013년 5월 박모 승마협회 전무 이사가 최순실 씨의 지시를 받아서 만든 '승마협회 살생부'를 공개하며 "이 살생부에는 '체육협회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적혀 있는데, 박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과 일치한다. 최순실 씨 측근이 작성한 살생부를 근거로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발언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뜬금 없이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만든 배경에도 눈길이 쏠린다. 당시 박 대통령은 체육계의 비리를 없애겠다며 △승부 조작 및 편파 판정 △폭력, 성폭력 △입시 비리 △조직 사유화를 '스포츠 4대악'으로 규정했는데, 이 역시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3년 4월 최순실 씨는 자신의 딸 정유라 씨가 경북 상주에서 열린 전국승마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편파 판정'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청와대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승마협회를 특별감사하라고 지시했고, 감사를 진행한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은 '승마협회와 최순실 씨가 둘 다 잘못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가 경질됐다. 박 대통령이 이들을 두고 "참 나쁜 사람이라더라"라고 말하면서다.

최순실 씨가 승마협회를 상대로 '준우승 판정 민원'을 청와대에 제기하고, 같은해 5월 '조직 사유화'를 문제삼자, 공교롭게도 정부는 이듬해 '편파 판정'과 '조직 사유화'를 스포츠 4대악으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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