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승마장 하려고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

이승철·김종, 오색 케이블카 추진…정부 주도 비밀 TF 회의도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를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 차관은 '친환경 케이블카 비밀 태스크포스(TF)'까지 운영했고, 전경련은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승마장 건립'을 제안했다. "최순실 씨 딸의 승마장을 만들려고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했나"라는 의혹이 나왔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평창 올림픽이라는 큰 그림 속에 설악산 관광 개발을 제안하고, 케이블카 건설과 산악 승마장 등을 제안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간에 확인 작업을 했고, 정부 내 사업 추진은 김종 차관이 주도했다"고 31일 밝혔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겸 '민관합동 창조경제 추진단' 단장은 2014년 6월 8일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골자로 하는 '산지 관광 개발안'을 제안했다. 전경련의 제안에는 산지와 초지 안에 '승마장 건립'을 신고제로 전환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전경련의 제안을 받아 정부는 2014년 8월 11일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제2의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케이블카 사업'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2014년 10월 30일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도 조기에 추진됐으면 한다. 환경부에서도 다 준비가 돼 있는데 좀 빨리 시작했으면 한다"라고 재촉했다.

정부도 비밀 TF까지 꾸려가며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적극적으로 이행했다. 이정미 의원에 따르면, 2014년 9월 5일 김종 문화체육부 차관이 관할하는 관광레저기획관(현 국제관광정책관)은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태스크포스(TF) 회의'를 비밀리에 열었다. 이후에도 2014년 9월 11일부터 2015년 1월 27일까지 4차례에 걸쳐 비밀 TF 회의가 열렸다. 4차 비밀 회의가 끝난 다음날인 2015년 1월 28일, 김종 차관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건설'을 포함한 '중점 관광 계획'을 발표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지만, 환경부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부실 보고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진행돼, 2015년 8월 28일 승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관심을 뒀다. 박 대통령은 당선 이후 첫 지방 자치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2013년 7월 24일 강원도를 방문했고, 강원도 방문 직후 청와대는 환경부에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서두르라'고 지시했다. 공교롭게도 JTBC가 확보한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에는 '강원도 업무 보고'라는 파일이 발견된 바 있다.

이정미 의원은 "양양군은 '환경 영향 평가 검토'가 끝나지 않은 2016년 3월에 케이블카 업체인 '도펠마이어'와 100억 원대 계약을 맺고 약 25억 원의 선급금을 지급했다"며 "도펠마이어는 전경련 발표 자료에 인용된 업체이기도 하고, 최순실 씨가 강원도에 상당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케이블카에 대한 환경 평가도 제대로 나기 전에 전경련이 언급한 업체에 선급금을 줬다는 것이다.

이정미 의원은 "최순실 씨와 측근들이 평창 올림픽을 통해서 이권을 챙기려 한다는 정황을 보면, 설악산 케이블카도 이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서 계획된 것일 수 있다"며 "최순실 씨의 딸의 승마장을 하려고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하나"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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