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머니즘 한국"…외신 '최순실 게이트' 집중 보도

위안부 합의, 사드 배치에 미칠 영향에 촉각

세계 주요 외신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성난 한국 국민들의 민심과 위기에 몰린 박근혜 정권의 처지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중국 언론들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위안부 합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등 외교 안보 정책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비선 실세 루머와 족벌주의, 부당 이득 등 막장 드라마 같은 스캔들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번 스캔들에는 한국의 '라스푸틴'에 성추문, 8선녀까지 등장한다면서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17%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또 한국민들이 대규모 집회를 갖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은 이번 스캔들에는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듣는 무속인이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또 "샤머니즘을 숭배하는 최태민 일가와 관련돼 있다"면서 "최씨 일가가 얼마나 깊이 국정에 관여해 이득을 챙겼는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NPR은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 광장에 최소 1만 명의 시민들이 항의 집회를 갖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면서 "어떻게 이게 국가란 말인가", "우리는 이런 나라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없다" 등 시민들의 분노를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광화문 촛불집회에 대해 "사이비 종교 교주(religious cult reader)의 딸이 주요 국정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며 시민들이 길거리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시민들이 '누가 진짜 대통령인가',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서울 한복판을 행진했다고 전했다. 또 경찰 추산 약 1만20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며 이는 수개월 내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라고 덧붙였다.

BBC는 집회 참가자들이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었다고 전했고 AFP 통신은 집회 참석자들이 어린 학생에서 부터 중년 부부까지 다양했다며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를 조명한 보도에 한국 국민들은 대통령이 '돌팔이'(quack)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믿는다"며 "한국 첫 여성 대통령의 레임덕이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도 '순수한 마음'이라고 밝힌 박 대통령의 사과문이 역설적으로 청와대를 거의 멈춰서게 만들었다며 "중산층이 대부분인 박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NHK는 30일 "검찰이 청와대 고위 간부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는 사태가 될 수 있다"며 "29일 밤 서울 도심 집회에는 주최측 발표로 2만 명이 참가했다"며 집회 영상을 소상히 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인사 쇄신 등으로 사태 수습을 시도하지만 지지율이 사상 최저인 14%로 떨어지는 등 비판이 커 혼란이 수습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지통신>은 "박 대통령이 구심력을 잃고 있어 대일관계에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기가 어렵게 될 것"이라며 "개선 기미가 보이던 한일관계가 답보상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식통들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통화스와프 협정 협상은 물론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박 정권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한일 간 위안부 합의 이행과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협력도 진전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양국이 연내 체결을 목표로 하는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신화통신>과 <환구시보> 등도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와 검찰의 수사 소식을 자세히 전하며 한국이 혼란에 휩싸여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이번 사태로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의 미래도 짐작하기 어렵게 됐다며 "한국 민중들이 사드 배치가 박 대통령 자신의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도 확인할 길이 없게 됐다. 사드 배치는 확실히 일정한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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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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