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지속 가능한 시골살이는 가능할까

[작은책] "작은 모임이 일이 되고 집이 되고 친구가 되었다"

남들이 말하길 나는 귀농 귀촌 2세대다. 부모 세대가 귀농 귀촌 1세대로 도시에서 시골로 들어왔고, 그와 함께 들어온 혹은 그 뒤에 자신의 선택으로 시골에 들어온 자식 세대가 귀농귀촌 2세대다. 하지만 나는 보통 사람들이 귀촌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농사를 지으며 살지 않는다. 동네의 다른 20대, 30대 친구들과 함께 커뮤니티 밥집 '살래 청춘식당 마지'를 운영 중이고, 마을과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고, 청년들이 시골에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며 살고 있다.

나는 대안학교를 나와 대학에 가지 않았고 부모님과 함께 살기 위해 도시로 올라가 환경단체에 들어갔다. 그러나 부모님과 함께 살기는 실패했다. 어린 동생이 시골에 있는 대안중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부모님도 같이 그곳으로 들어가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그렇게 떠나신 후, 나는 혼자 도시에 남아 1년여간 일도 하고 생활도 해 봤지만 영 재미가 없었다. 도시엔 마음 붙일 장소도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자주 부모님이 내려가 계시는 시골동네에 놀러 갔었다. 그러다 아직 다른 이들과 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나는 결국 일을 그만두고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내려왔다. 마침 집을 새로 짓기 위한 준비를 하고 계셨던 부모님을 도와 집짓기를 한다는 핑계도 있었다.

그렇게 내려온 시골에는 없는 것이 참 많았다. 도시에는 흔한 놀 거리인 영화관·노래방·옷 집 하다못해 편의점도 없었고, 그런 것들을 즐기기 위해 도시로 나가려면 적게는 한 시간에서 길게는 두 시간여 정도 넘게 버스를 타고 나가야 했다. 그중에 제일 필요했던 것이 친구. 또래 친구를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이 시골동네의 자연, 가족, 이웃 사람들, 대안적인 문화들에 반해 집짓기가 끝난 뒤에도 도시로 돌아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떤 기회로 마을 내 대안대학의 수업을 청강하게 되었고, 거기서 마을의 다른 또래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들도 나와 같이 또래 친구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우리는 20대 청년들을 수소문해 모여 놀았다. 처음엔 3명이었던 모임이, 그다음엔 5명, 그 늘어난 친구들이 또 다른 친구들을 불러 모아 지금은 10명 조금 넘는 친구들이 모이고 있고, 시골에서 살기 위해 놀고 작당하는 '작은자유'라는 모임을 만들게 되었다. 초반, 놀기 위해 만난 우리는 즐거웠다. 각자 개성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어 서로를 알아 가는 것만으로도 바빴다. 하지만 적당한 시간이 지나니, 더 이상 놀기만 할 수는 없었다. 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했다. 당시 '작은자유' 구성원의 대부분은 백수였다. 그리고 시골에는 청년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많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끼리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했고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살래 청춘식당 마지'다.

▲ '살래 청춘식당 마지'는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 있다. ⓒ작은자유

마지는 음식을 매개로 청년과 청년이 함께 공동의 작업을 하며 일자리 때문에 시골을 떠나지 않을 수 있을지, 마을과 청년의 상생이 가능할지 도전해 보는 실험의 장이다. 사실 처음엔 '작은자유' 친구들과 함께 일하며 시골에서의 삶을 꿈꿔 볼 수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시작했다. 하지만 마지의 일은 그저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힘들고 고된 노동을, 그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 자신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청년은 약자다. 처음 마지를 준비할 때 우리는 마을 사람들의 금전적, 기술적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로 인해 마지는 온전히 청년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있었다. 우리는 청년이어서 돈이 없었고, 청년이어서 기술이 없었으며, 청년이어서 노하우가 없었다. 그렇게 받은 도움은 참으로 고마운 것이었지만 가끔은 부담스럽거나 무례하고 화나는 것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우릴 좋아하고 반겼지만, 우리의 조그만 실수에도 많은 피드백과 피드백의 탈을 쓴 막말을 했다. 그중엔 분명 마지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나오는 것이고 귀담아들을 것도 있었지만, 자신들의 사고에 묻혀 청년들의 문화와 독립성을 무시하는 말들도 있었다. 마지의 운영진들은 그런 말을 들으며 지쳐 갔다. 지금에서 그러한 사실을 직시하고 어떻게 마지를 바꿔야 실제 운영을 하는 이들이 지치지 않고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식당 운영만 하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서로가 알아주고 각자 하고 싶은 다른 일을 병행하며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리고 마지는 하나의 실험이며 언제든지 끝마칠 수 있는 주체성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언제나 떠올리며 아직은 이 실험을 지속하고자 한다.

ⓒ작은자유 페이스북
요즘 나는 편안하고 따뜻한 부모님 집을 나와 자취 중이다. 물론 같은 동네에서! 왜냐하면 '작은자유'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청년의 시골살이를 지원하는 '프로젝트 잠시'는 시골살이를 꿈꾸거나 체험해 보고 싶지만 주거가 없어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한 주거베이스캠프 프로젝트다. 근처 대안학교의 기숙사로 쓰였던 시골집을 6개월간 빌려 '작은자유'에서 운영하게 되었다. 부모님을 통해 시골에 들어왔지만 독립적인 생활을 원했던 내가 관리자 겸 입주자로 들어가게 되었고, 서울에서 살다가 빵을 배우려고 시골로 내려온 친구와 둘이서 살고 있다. 사실 전혀 모르던 사람과 함께 산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욕실·화장실·부엌·세탁기 등을 함께 사용해야 하고, 새로운 삶의 룰을 함께 만들어 지켜나가야 한다. 하지만 나는 꽤 만족 중이다. 비록 6개월뿐이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나의 삶'을 꾸려 볼 수 있는 경험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경험은 참으로 중요하다. 특히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과의 공동 주거와 공동 작업은 나에게 많은 영감과 배움을 주곤 한다. 작은 모임으로 시작한 것이 나의 일이 되고 집이 되고 또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마을에 갇히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과도 이어졌다. 그런 연대가 삶에 굉장한 힘이 된다. 앞으로 더욱 많은 실험을 해 보고 싶다. 청년들이 삶을 산다는 것, 특히 시골에서 삶을 영위한다는 것에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지 고민하고, 실험해 가며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페이스북 페이지 '작은자유'를 찾아주시라.(☞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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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작은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부터 시사, 정치, 경제 문제까지 우리말로 쉽게 풀어쓴 월간지입니다. 일하면서 깨달은 지혜를 함께 나누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찾아 나가는 잡지입니다. <작은책>을 읽으면 올바른 역사의식과 세상을 보는 지혜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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