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없는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나라가 망한다

[최성흠의 문화로 읽는 중국 정치] 중국의 용인(用人) 사상, 덕재겸비

요즘 나라 안이 많이 시끄럽다. 국회가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해임 권고 결의안을 통과시켰는데도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 장관은 바로 얼마 전 인사 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그때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고 임명을 강행했던 인사다. 장소가 청문회장에서 국회로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 단지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헌법 기관이 법에서 정한 권한을 행사하여 그 장관의 임명에 대한 입장을 절차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나머지 일은 정치적인 것들이다.

고위 공직자의 선발과 임명은 이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 인물에 대한 관점과 평가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 청문회를 할 때 항상 거론되는 것이 도덕성과 전문성인데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도덕성보다는 전문성에 더 중점을 두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심지어는 성인군자를 뽑는 것이 아니고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인재가 필요하므로 웬만한 흠결은 눈감아주자는 말도 나온다. 어떤 때는 도덕성이나 전문성보다도 권력자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중요한 선발의 척도가 아닌지 의심도 든다.

사마광(司馬光)이 저술한 <자치통감(資治通鑒)>의 첫 부분을 음미해 보면 인사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자치통감>은 춘추 시대 말기 주(周)나라 위열(威烈)왕이 진(晉)나라의 가신이었던 한(韓) 씨, 위(魏) 씨, 조(趙) 씨 가문을 제후국으로 봉한 시점(B.C. 403)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50여 년 전에 역사상 삼가분진(三家分晉)으로 불리는 춘추 시대 대표적인 하극상 사건의 주인공이었다. 아마도 사마광이 이 시점을 <자치통감>의 시발점으로 삼은 이유는 주나라 스스로 원칙을 무너뜨렸기 때문에 결국 멸망했음을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삼가분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도덕성과 전문성의 문제, 고전적으로 말하면 덕(德)과 재(才)의 관계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진나라의 가신은 원래 한, 위, 조 외에 지(智) 씨 가문이 더 있어서 사가(四家)였다. 문제의 발단은 지 씨 족장 지신(智申)이 아들 지요(智瑤)를 후계자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지요는 다섯 가지는 누구보다 뛰어나지만 한 가지 결점이 있다는 평이 있었다. 다섯 가지란 훌륭한 외모에 말 타기와 활쏘기에 능하고, 각종 기능을 익힘에 막힘이 없으며 문장이 유려하고, 결단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결점이란 아량이 부족하여 은혜를 베풀 줄 모른다는 것이다. 일족 중의 한 사람인 지국(智國)은 그 한 가지 결점 때문에 지요가 권력을 가지면 지 씨 일가는 망하게 될 것이라며 후계자 지정을 만류했다. 그러나 지신은 결국 지요에게 권력을 계승했다.

지요는 그의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하여 진나라의 정사를 처리하는 위치에 올랐다. 그는 진나라의 패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명분으로 한, 위, 조 삼가에게 영토를 할양하라고 겁박하여 한 씨와 위 씨의 영토를 할양받았다. 그러나 조 씨 일족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격분한 지요는 한, 위와 연합하여 조 씨 일족을 공격하여 거의 승리를 거두는 듯했다.

이때 조 씨 일족은 한과 위의 족장들에게 책사를 보내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고사를 예로 들면서 힘을 합칠 것을 설득하자 이미 지요의 흉포함에 겁을 먹고 있던 한과 위의 족장이 이에 동조했다. 결국 지 씨 일족은 이들 세 가문에 의해 멸망했다. 아량이 없는 지요가 권력을 잡으면 멸망할 것이라는 지국의 예언이 이뤄진 것이다.

지요의 몰락과 함께 진나라가 사라지고 경대부들이 나라를 세웠으니 주공이 제정한 예악은 유명무실해졌고, 50여 년 후에 주나라 스스로 이들 세 나라를 정식으로 인정했으니 주나라의 정통성을 지켜주던 예악은 종말을 고한 것이다. 사마광이 보기에 춘추 시대가 끝나고 전국 시대가 시작된 때는 바로 예악이 종말을 고한 그 시점이었던 것이다.

<자치통감>에는 "신하 광이 아룁니다"(臣光曰)라는 말로 시작하는 부분이 있는데 역사에 대한 평가를 임금에게 고하는 방식으로 서술된 것이다. 삼가분진에 대한 '신광왈'에는 지요의 멸망을 예로 들어 덕과 재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를 선발할 때 무엇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지 우리의 판단을 선명하게 해준다.

"신 광이 아룁니다. 지요의 멸망은 재(才)가 덕(德)을 능가했기 때문입니다. 재와 덕은 다른 것인데 세상 사람들이 종종 이를 분간하지 못하고 그저 현명하다고만 하여 사람을 잘못 보게 됩니다. 재(才)란 총명하고, 명석하고, 강건하고, 과단성이 있는 것입니다. 덕(德)이란 정직하고, 공평하고 온화한 것입니다. 재는 덕을 보조하고, 덕은 재를 이끕니다. (…) 덕재를 겸비하면 성인이라 합니다. 덕도 없고, 재주도 없으면 어리석은 자라 합니다. 덕이 재주를 능가하면 군자라 하고, 재주가 덕을 능가하면 소인이라 합니다. 인재를 선발할 때 성인이나 군자를 찾지 못하더라도 소인을 얻지는 마십시오. 어리석은 자를 뽑는 것보다 못합니다. 왜냐하면 군자는 가지고 있는 재주를 좋은 일에 쓰지만 소인은 재주를 나쁜 일에 쓰기 때문입니다. 재주를 좋은 일에 쓰면 곳곳에서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재주를 나쁜 일에 쓰면 못된 짓이란 못된 짓은 다 저지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리석은 자는 나쁜 짓을 하고 싶어도 재주가 없어서 그 일을 해내지 못하니 마치 개가 사람에게 덤벼들어도 사람이 능히 제압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 예부터 나라를 망하게 한 난신과 간신, 그리고 가문을 망하게 한 탕아는 재주는 넘치지만 덕이 부족했습니다. 가문과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끈 자들은 많았습니다. 어찌 지요뿐이겠습니까."

덕재를 겸비한 사람을 고위 공직자로 임명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덕이 우선이 되어야 하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차라리 어리석은 자가 재주만 있는 자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적어도 사리사욕을 채우는 재주가 없으니 피해가 덜할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현재도 고위 공직자, 그들 말로 '영도 간부'의 선발 기준으로 덕재겸비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마오쩌둥이 1938년 공산당 중앙위원회 보고에서 "재덕(才德)을 겸비한 영도 간부가 없다면 위대한 혁명 과업을 완수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덕재겸비를 간부 선발의 기준으로 제시한 이후 현재까지 그 정신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사회주의 중국에서 말하는 덕은 사마광이 말했던 덕과는 좀 다르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에 덕재겸비라는 말을 대체한 '우홍우전(又紅又專)', 즉 혁명성과 전문성을 겸비해야 한다는 말에서 보듯이 덕은 혁명성이다. 마오저뚱은 '우홍우전'을 말하면서도 혁명성을 우선시했고, 덩샤오핑은 혁명성은 반드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전문성을 강조했다.

▲ 확대최고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마오쩌둥. 왼편 구석에 덩샤오핑이 앉아 있다. ⓒwikimedia.org

개혁 개방 이후에는 다시 덕재겸비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혁명성이라는 개념이 개혁 개방과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후진타오 이후부터는 "덕과 재를 겸비하지만 덕이 우선이다(德才兼備,以德爲先)"란 말이 공식적인 간부 선발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사마광의 기준으로 보자면 군자를 뽑겠다는 것이니 중국의 고위 공직자 선발 기준은 참으로 모범적인 듯하다.

그러나 후진타오는 2009년 기율검사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덕의 핵심은 당성이다"라고 명시했고, 시진핑은 2016년 공산당 창건 95주년 기념사에서 "덕은 이상에 대한 신념, 당성의 수양, 도덕적 품격, 사상 기조 등이다"라고 했다. 공명정대, 실사구시, 청렴결백 등의 덕목도 함께 언급하기는 했지만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것이 이념과 당성인 것이다. 특히 공산당의 지도를 충실히 따르는 것, 다시 말해 당에 충성하는 것이 바로 덕의 핵심인 것이다.

'민주 집중제'라는 공산당 특유의 제도를 감안하면 당에 대한 충성은 바로 총서기에 대한 충성이 된다. 그러니 정권이 바뀌어도 간부 선발 기준은 여전히 덕재를 겸비하고, 덕이 우선인 기준을 고수할 것이다.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 국가에서 고위 공직자 선발 기준으로 당에 대한 충성을 최우선시 하겠다는 것에 대해 별로 하고 싶은 말은 없다.

성공도 실패도 그들이 감당할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고위 공직자에 오르는 사람은 정직하고, 공명정대하며 아량 있는 사람이기를 기대한다. 만약 충성이 고위 공직자의 덕이라면 주권자인 국민에게 충성하는 덕을 갖춘 사람이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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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중국 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대륙연구소, 북방권교류협의회, 한림대학교 학술원 등에서 연구원을 역임했다. 중국의 관료 체제에 관한 연구로 국립대만사범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중국의 정치 문화에 대한 연구로 건국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 권으로 읽는 유교> 등의 번역서와 <중국 인민의 근대성 비판> 등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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