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면…"

'국감 증인' 요구받은 김제동 "북핵 대책 물어야 할 국방위가…"

방송인 김제동 씨가 자신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한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에 대해 6일 "웃자고 하는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다"고 농담으로 받아쳤다.

김제동 씨는 이날 경기도 성남시에서 '사람이 사람에게'라는 주제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국정감사 출석 요구를 받은 뒷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김제동 씨는 "(국감 증인 신청 기사를 보고) 우리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아이고 시끼(새끼)야. 내가 니 때문에 못 살겠다. 웬만하면 아무나 눈에 띄면 그냥 사모님이라 해라'"라는 말을 전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승주 의원은 김제동 씨의 '군대 농담'이 "군대의 이미지를 실수시켰다"며 이날 국회에서 김제동 씨에 대한 증인 출석 요구서를 제출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과거 김제동 씨가 군 복무 시절 4성 장군의 부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가 13일 영창 생활을 했고, '다시는 아주머니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라고 3회 복창하고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관련 기사 : 새누리 의원 "김제동, 국정감사 증인 채택해야")


김제동 씨는 "공인(公人)은 연예인,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국가의 세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라며 "북한이 5차례 핵 실험을 했다. 3~4년 주기로 하다가 지금은 6개월 주기로 하고, 핵탄두도 소형화되고, 탄도 미사일도 개발하면 국민의 세금을 받는 사람(공인)은 제 얘기를 할 게 아니고, 국방 얘기를 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받아쳤다.

김제동 씨는 "여기서 군대에서 영창 간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사람들을) 웃겼다(고 치자). 그 말이 맞는지가 궁금하면 우리끼리는 얘기할 수 있다"며 백승주 의원을 향해 "언제든지 부르시라. 개인적으로 부르면 다 얘기해드릴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얘기하면 골치 아파질 걸요?"라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방위에요. 왜 방위냐, 아버지 백이에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집이 가난해서 방위 갔어요. 방위는 원래 퇴근 후에 남으면 안 돼요. 제가 (방위로 복무했을 당시) 그 사람들(4성 장군들)이 회식할 때 사회 봤어요. 근데 사회 본 것 자체가 군법에 위배됩니다.

제가 (국감장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감당할 수 있습니까? 방산 비리는 어떻게 할 겁니까. 몇 만 원 주고 살 거 몇 십만 원 주고 사고, 우리 애들 방탄복이 총알에 뚫리고. 신형복 나왔다고 해서 샀더니 신발에 물에 새요. 그랬더니 책임자가 '포복 자세가 잘못됐다'고 했어요. 여러분이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 한 번 하다가 고무장갑이 찢어져서 회사에 갔더니, '설거지 자세가 잘못했다'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왜 그러느냐, 거기서 돈 빼돌린 사람들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위험에 처해요. 그런 거 밝히라고 (국회의원들한테) 세금 주지 않습니까? 그런데 무슨 시간이 남아서 1년 전 영상을. (국회 국방위에서 틀었나.) 국방위는 세금 주는 국민의 안위를 얘기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는 것 아닌가요?"

김제동 씨는 "공공의 돈으로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함부로 놀면 안 된다. 밥 굶으면 안 된다"고 말해 '국정감사 파업'을 벌인 새누리당과 단식 농성에 들어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중석에 앉아 있던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시장님도 단식했죠? 월급 받은 사람은 단식 함부로 하면 안 돼요. 시장님 단식할 때 제가 옆에서 시장님 먹는 거 빼앗아 먹었습니다. 제가 단식하는 사람 소금 빼앗아 먹은 사람"이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김제동 씨는 "어떤 기자가 '왜 코미디언이 정치 얘기하냐'고 물으면 '그건 나한테 하지 말고 정치인들한테 가서 코미디 그만하라고 좀 하라. 계속 우리 영역을 침범하면 곤란하다'(고 답한다)"며 "멀쩡한 보온병을 들고 포탄이라고 그러지 않나? 그거보다 더 웃긴 거 봤나"라고 말했다.

김제동 씨는 "제가 국방위 발언을 뒷조사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얘기하면 재미 없어서 다 편집된다"며 "예능에서 국방 얘기하는 게 이상한 것처럼, 국민 세금 받고 북핵 대책이 뭐냐고 묻는 자리에서 예능 프로 얘기를 하는 것은 이상하다. 그렇게 (국회의원이) 우리의 직업을 침범하면 곤란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 지난 8월 5일, 성주 촛불집회에서 발언하는 방송인 김제동 씨 ⓒ평화뉴스(김지연)

이날 토크 콘서트는 청중과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됐다.

자신을 고등학교 1학년이라고 밝힌 한 학생이 "성적과 대학이 꿈이 되는데, 앞으로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느냐"라고 묻자, 김제동 씨는 "주 60시간 일하면 보통 과로사 기준으로 잡는데,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은 학대 수준"이라며 "이 아이들이 자라났을 때 판사의 망치질과 목수의 망치질이 동등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소한 주 40시간 일하면 최저임금 1만 원을 받을 수 있는, 한 달에 200만 원을 받는 임금을 만들고, 자영업자에게는 최소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해주는 것, 국가나 지자체가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는 게 제헌 헌법의 경제 민주화 정신"이라며 "국민이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활을 충족하는 게 경제 정책의 목표가 돼야지, 1%를 위한 그들만의 정책을 편다면 이 아이들에게도 미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제동 씨는 "흙수저가 금수저보다 나은 점이 뭐가 있을까요? 쪽수가 많다. 역사상 흙수저는 금수저보다 쪽수가 적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쪽수가 많기 때문에 연대할 수 있다"며 "그 다음으로 우리가 사는 게 (금수저보다) 조금 더 재밌을지도 모르겠다. 땅콩회항 사건을 보고도 나는 별로 욕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재미없게 사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여러분 땅콩 주면 어떻게 합니까? 까고 먹고 (비행기) 타고 가죠? 그분들은 땅콩 주면 까달라고 해요. 그래도 안 까주면 비행기 돌리라고 해요. 땅콩은 무슨 재미입니까? 까는 재미. 다 알잖아요. 까서 내가 먹는 것보다 남 입에 넣어주는 재미를 안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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