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최순실 게이트' 전면 부인…"왜곡·과장"

대정부질문에서 野와 입씨름…"비선 실세 본 적 없다"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관 모금으로 설립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대정부질문 3일차인 이날, 질의자로 나선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이 문제를 언급하며 공세를 집중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이 1000%가 넘고, 한진해운을 살려보겠다고 발버둥치는데 미르재단에 10억 원을 냈다"며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모금이 가능한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송 의원은 또 "일부 면세접 입점 경쟁기업이 68억, 28억 원을 냈다"며 모금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설립 과정에서의 행정 절차상 문제에 대해서도 "회의록을 위조해서 등기를 했다는 보고를 받았느냐?"고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따져 물었다. 황 총리는 이에 대해 "위조가 있다면 문제가 되지만,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다고 보고를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도 두 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 "변종 정경유착"이라며 "두 재단은 창립총회 회의록, 회의 장소 등이 동일하고 두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사무실 집기까지 동일하다"며 정권 차원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전경련이 두 재단에 15일 동안 무려 738억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는데. 정권 실세의 외압이 없이 가능한 일이라 보느냐"고 했다.

황 총리는 적극 해명에 나섰다. 재단의 설립 인가가 하루 만에 이뤄졌다는 부분에 대해 황 총리는 "하루 이틀 만에 (인가를) 내준 선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황 총리는 모금 경위에 대해서는 "부정한 부분이 있으면 적발할 수 있지만, 기부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 않나"라며 "기업은 경제적 이익이 있다고 생각했으니 (출연을) 했을 것"이라고 '자발적 기부'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황 총리는 민주당 박광온 의원의 질의에 답하던 중 최순실 씨가 '비선 실세'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제가 이 정부 와서 3년 7개월째 되는데, 비선 실세라는 실체를 본 일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비선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 그는 "지금 사실이 아닌 여러 가지가 왜곡·과장돼 퍼지고 있다"면서 "(두 재단은) 전경련이 필요에 의해 만든 것"이라고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두 재단이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순방 행사 참여 기회는) 전적으로 열려 있다. 희망 기업들에게는 참여가 보장돼 있다"며 "과거에는 대기업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중소기업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고 기업 수도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해명했다. 두 재단에 특혜를 준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황 총리와 야당 의원들 간에 공방이 오가면서 서로 언성을 높이는 등 갈등 국면도 빚어졌다. 송영길 의원은 황 총리가 구체적 답변을 피하고 있다며 "총리는 조선 시대로 따지면 영의정 아니냐. 내시와 환관이 왕의 귀를 막을 때 민심을 전할 수 있는 영의정이 돼야지 똑같이 비서실처럼 발언해서 되겠나"라며 "살살 기름장어처럼 말씀하시는 것 아니냐"고 원색 비난을 했다.

그러자 황 총리도 발끈한 듯 "기름장어가 아니다. 왜 그렇게 평가를 하시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송 의원도 법조인 아니냐. 증거에 따라 판단을 해야지"라고 마주 쏘아붙였다. 송 의원은 또 "총리가 그렇게 공부를 안 해서 되겠느냐"고 면전에서 면박을 주기도 했다. 송 의원이 미르재단 관련 사실관계를 따져물은 데 대해 황 총리가 "보고를 듣지 못했다"고 답하자 "그걸 못 들은 게 자랑이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송 의원의 말을 잘못 들은 황 총리가 "'이게(못 들은 게) 사람이냐'고 물었나?"라고 되묻는 풍경도 빚어졌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외에는 쌀 수매가 대책, 김영란법 대책,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방안, 청년실업 대책, 조선업계 등의 구조조정 방안 등이 다뤄졌다.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취임 100일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 "사정 기관에서 잘 조사해 한 점 의혹도 없이 국민에게 낱낱이 밝히는 것이 바른 길"이라며 "총리든 법무장관이든 검찰이든, 국민적 의혹이 있다면 해소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비판적인 입장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법무부 등 행정부가 우선 손을 댈 일이지 입법부(국회) 차원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인식이 담긴 것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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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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