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쓰러진 날, 서울 경찰서장들 청와대 경비"

진선미 의원 "집회 시위 현장에 서울 경찰 서장 다 동원"

백남기 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중상을 당한 작년(2015년) 11월 14일 민중 총궐기 당시 서울 지역 모든 경찰서장이 16시간 이상 자기 지역을 비우고 청와대, 광화문 등 집회 현장에 집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 지역 치안 수장이 청와대 경비를 위한 동원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청문회'에서 공개한 서울지방경찰청의 '15년 11월 14일 민중 총궐기 경비 계획'을 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당일 지역 경비를 위해 서울 지역 경찰서장 전원을 동원했다. 특히 청와대 인근 경비를 위해서만 경찰서장 8명을 동원한 것으로 확인했다.

당시 경찰청은 민중 총궐기에 대비, '갑호 비상 명령'을 14일 오전 8시부터 상황 종료 시까지 발동했고 15일 00시 15분께 이를 종료했다. 이중 청와대 인근 경비를 담당하는 202경비단장 외 혜화, 용사, 성북, 동대문, 동작, 강북, 관악 경찰서장 등 8명의 경찰서장에게 청와대(경비 계획상 '특정 지역') 인근 지역 경비를 맡겼고, 나머지 경찰서장들은 광화문광장 인근 및 한강다리 경비를 담당했다.

“집회 시위 현장에 서울 경찰 서장 다 동원됐다"

이날 청문회에서 진선미 의원은 "집회 시위 현장에 서울 경찰 서장이 다 동원됐다"며 "경찰서장이 자기 지역을 떠나 집회 현장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 의원은 "집회 경비를 위해 각 지역의 치안 현장을 담당하는 경찰서장을 전원 동원하는 건 무책임하다"며 "청와대에 대한 과잉 경비”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경찰서장이 나와 있다고 (그 지역 치안이) 비어 있다는 게 아니다"라며 "(집회 관련해서) 내가 필요해서 동원한 것이다. 그것이 잘못됐는가"라고 반문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1월 14일 민중 총궐기 시 청와대 진출을 막기 위해 사직로와 율곡로에 걸쳐 2중으로 저지선을 설치했다. 관련해서 서울시경 측은 "해당 지역이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경호법)'에 의한 경호 구역이라 진출을 막았다"고 밝혔다.

진선미 의원은 "대통령경호법에 의한 경호 구역은 대통령경호실장이 지정하며, 경호에 필요한 안전 조치를 할 수 있는 구역"이라며 "최소한의 필요 범위에 한해 지정하게 되어 있으나 정확한 구역을 비공개하고 있어 국민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강신명 "백남기 씨, 돌 던지지 않았지만…"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강 전 청장은 "백남기 씨는 쇠파이프를 들지 않았다"면서도 "단순히 버스에 밧줄을 걸고 당겼을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당시 (폭력 행위의) 공동의 행위"라고 주장했다.

강 전 청장은 "백남기 씨가 돌을 던지거나 쇠파이프를 들지는 않았지만 그때 (집회) 전체 상황은 (큰 틀거리에서) 폭력의 덩어리였다"며 "백남기 씨는 밧줄을 당기는 행위만 했지만 이러한 행위 자체가 폭력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에게 사과를 하라는 표창원 의원의 요구에 강 전 청장은 "이미 여러 차례 인간적으로 사과를 했다. 오늘도 사과를 드린다"며 "중상을 입은 데에 대해 인간적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청문 감사 보고서' 제출 두고 정회하기도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경찰에서 작성한 경찰 자체 감찰보고서 제출 여부를 놓고 한때 정회를 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백남기 씨 사고 관련, 경찰 자체 감찰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것과 관련, “진상 조사를 위해 내놓아야 될 서류"라며 "당시 실상에 대한 최초의 질문과 답변이기 때문에 사실에 가깝게 되어 있는 서류라고 본다”고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같은 당 표창원 의원도 "국민들은 국회 스스로가 법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경찰과 국회는 법을 준수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국회법에 따른 감찰보고서 제출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은 "경찰 자체 감찰 보고서 관련, 요약본 공개는 경찰청에서 적극 검토하겠다는 거고, 관련 진술서는 서류 자체 성격이 개인의 입장을 담은 것이다. 야당에서 이해해 달라"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곧바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진술서가 제출 안 되는 것에 대한 (경찰청장의) 해명은 반드시 들어야 한다"며 "제출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관계법 절차에 따라 왜 줄 수 없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유재중 국회 안행위원장은 의견 조율을 위해 정회를 선언하기도 했지만, 결국 경찰 자체 감찰 보고서 공개는 합의되지 않았다. 유 위원장은 "여야 간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며 "계속 의견을 모아가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