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박근혜는 아베에 '소녀상 철거 반대' 말 못했나?

'눈가리고 아웅' 외교 참사…청와대, 공식 브리핑서 '소녀상' 부분 제외

"지금 소녀상 철거하고 (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 합의가) 연계가 되어 있느니 어쩌니 하는데 이건 정말 합의에서 언급도 전혀 안 된 그런 문제인데, 그런 것을 갖고 선동을 하면 안 됩니다. 이게 피해자 분들을 돕는 게 아니거든요.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그런 것에 자꾸 이렇게 혼란을 일으키면 안 되고"

지난 4월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런데 이같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뒤집는 보도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8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소녀상 철거 요구에 대해 박 대통령이 "소녀상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합의를 착실하게 실시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회담에 동석했던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관방부장관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소녀상의 사항을 포함한 대답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착실하게 실시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소녀상 철거 이행을 의미한다는 자의적 해석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잠잠하다. 심지어 청와대는 전날 한일 정상회담 관련해 아베 총리의 소녀상 철거 요구 부분을 아예 브리핑에서 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언론에 의해 박 대통령의 발언들이 알려지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진 회담 내용을 보면,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 면전에서 "소녀상 철거는 합의 사항이 아니다"라는 말조차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녀상 철거 문제가 "정말 합의에서 언급도 전혀 안 된 그런 문제"라는 박 대통령의 소신대로라면, 아베 총리에게 단호하게 말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실제 지난해 12월 28일 발표된 한일 간 합의문을 보면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 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 협의를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합의로 소녀상 철거와 관련된 논란이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눈 가리고 아웅' 외교의 참담한 현실이다.

▲ 위안부 소녀상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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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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