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모병제·청년수당·자사고, 정의롭지 않다"

여야 '잠룡'들 간판 정책 비판…"공수처 받아야" 주장도

새누리당 잠룡으로 평가받는 유승민 의원(4선, 대구 동을)이 '정의'를 주제로 한 대학 강연에서 청년수당, 모병제, 자율형 사립고, 전기요금 등 최근 정치권 현안에 대한 언급을 내놔 주목을 끌었다. 청년수당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병제는 남경필 경기지사가 내놓은 '대선 의제'로 평가받고 있다.

"모병제, 청년수당은 정의롭지 않은 제도"…박원순·남경필 견제?

<뉴스1>과 <서울신문> 등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유 의원은 7일 강원 춘천시 한림대학교에서 '왜 정의인가'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모병제는 정의의 관점에서 용납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모병제를 주장하는 사람들 주장대로 병사 월급을 200만원 주는 식으로 제도를 시행하면 부잣집 자식은 군대 가는 경우가 거의 없고 형편이 어려운 집 자식들만 군대에 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자기 자식이 전방 가서 목함지뢰 밟거나, 내무생활이 괴로워 자살하는 일을 바라는 부모가 누가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앞서 역시 새누리당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남 지사는 모병제를 주장하며 차기 대선 주요 의제로 이를 부각시킬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이 "모병제는 예산 문제 이전에 정의의 문제"라며 공개 반론을 제기한 모양새다.

유 의원은 또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의 '브랜드 정책'인 청년수당 제도에 대해서도 "가난한 집 학생들의 취업 활동은 어떤 식으로든 지원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라면서도 "서울과 성남은 '부자 시(市)'여서 할 수 있지만. 전라도와 강원도 등은 상품권이고 돈이고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다. 서울에 사는 청년이나 전라도에 사는 청년이나 취업하기 위해서는 국가로부터 똑같은 혜택을 받는 게 상식이고 정의로운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유 의원은 청년수당을 놓고 박근혜 정부가 지자체와 대립하고 있는 데 대해 "정부는 서울시·성남시와 싸울 게 아니라 서로 설득해서 일자리 하나라도 더 만들어 청년에게 주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우조선, 서별관회의 책임 있다"…자사고, 전기요금 등 사례로 '정의론' 설파

뜨거운 현안인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 문제도 피해 가지 않았다. 유 의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민 세금이 들어가게 되면 부실 기업을 어떻게 처리하고 누구에게 책임을 얼마나 물을지 '정의'의 관점에서 꼭 생각해 봐야 한다"며 "대우조선해양은 서별관회의에서 (결정을) 했으면 분명히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전 경제수석(현 정책조정수석) 등 박근혜 정부 핵심 경제관료들이 모인 서별관회의에 대해 책임론을 거론한 것이어서 눈길을 모은다.

청년수당과 모병제 외에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문제 역시 '정의'의 관점에서 비판받았다. 유 의원은 "과학고, 체육고 등 존재 이유가 특별히 인정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폐지하는 게 맞고, 특히 그 중 외국어고는 폐지하는 게 맞다"며 "자사고와 특목고를 그대로 두면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부터 '자사고에 보내는 부모'와 '포기·탈락하는 부모'로 완전히 갈려서 교육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름철 폭염을 겪으며 도마에 오른 전기요금 개편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가정 전기요금이 9월에 엄청나게 나올 것으로 보고 모두가 떨고 있는데, 길거리 상점들은 더운 날씨에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마음대로 에어컨을 틀고 있다"며 "가정용 전기요금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필요한 시대정신이 정의"라며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언급한 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는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없고 경제 정의도 문제가 많다"고 했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게 진정한 시장경제를 만드는 것이고 경제 정의에 부합하는 것인데, 아직도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이상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공무원·정치인 등 가운데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이 시장경제가 자유시장경제인데 왜 부정하냐'고, '좌파'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제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이날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문제에 대해 "안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새누리당도 (구)한나라당 시절 주장했었다"며 "그것(야당 주장)을 받아서 잘 협의해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한다"(7월 20일, 민경욱 원내대변인)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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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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