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노동자 '폐암' 사망, 첫 산재 인정

반올림 "고인들, 발암물질에 노출된 채 일했다"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폐암으로 사망한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반도체 노동자의 '폐암'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직업병 피해를 인정받은 삼성반도체 노동자는 총 14명으로 늘어났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근로복지공단은 8월 29일과 30일, 삼성반도체 노동자였던 고 이경희, 고 송유경의 '폐암' 사망을 산업재해로 최종 인정했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의 요청으로 이 사건 업무환경을 직접 조사한 직업성 폐질환연구소는 고인들이 담당했던 '식각' 공정의 특성과 업무 내용 등을 고려하여 "고농도의 비소 노출이 가능하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러한 조사결과에 기초해 "고인들이 비소 등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고 판단되며,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폐암을 진단받고 사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업무관련성이 인정 된다"며 이들의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고인들이 비소 등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고 판단되며,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폐암을 진단받고 사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업무관련성이 인정 된다"고 밝혔다

. ⓒ이기화

반올림 "고인들, 발암물질에 노출된 채 일했다"

이번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고인들은 모두 삼성전자 반도체·LCD 생산 공장에서 '식각' 공정 '설비 엔지니어'로서 각각 16년 7개월(고 이경희), 17년 3개월(고 송유경) 동안 근무했다.

'식각(ETCH)' 공정은 반도체 웨이퍼나 LCD 패널에 회로패턴을 형성하기 위하여 화학물질이나 가스 등을 이용하여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공정이다. 고인들은 식각 설비의 설치와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설비 챔버(chamber)를 개방, 내부 벽면을 닦거나 환기장치의 펌프나 스크러버를 포함한 각종 부품들을 교체‧세정하는 작업도 직접 했다.

반올림은 이번 결정을 두고 "환영한다"면서도 이번 결정이 나올 때까지 3년 10개월이 걸린 점을 지적했다. 근로복지공단의 늑장 대처 문제는 이번에도 반복됐다는 것.

이들은 삼성반도체 공장의 안전보건 관리의 문제도 지적했다. 이들은 "삼성전자는 이 사건 조사 과정에서 '발암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유해물질 노출이) 저 농도로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그 근거로 제출된 것은 HBr, Cl2, CO 등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결과뿐이었고 '비소'에 대해서는 측정 결과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결국, 이 사건 고인들은 '비소'를 포함한 각종 발암물질들이 얼마나 노출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사업장에서 15~16년 간 근무했던 것"이라며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직업병 문제가 불거질 때 마다 '우리 반도체 라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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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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