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 배후"

김철 대표 "배보상안, 정부 조사 결과 보고 검토" 미온적 반응 '빈축'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 이틀째인 30일, 가습기 살균제 주 원료를 생산‧공급한 에스케이(SK)케미칼이 도마 위에 올랐다. SK케미칼은 사과와 배상 판결 전 기금 출연에 대해 미온적 반응을 보인 데 대해서도 빈축을 샀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 규명과 피해 구제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 조사 특별위원회' 주최 청문회 이틀째인 이날 여야 위원들은 "거의 모든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 뒤에는 SK케미칼이 있다"며 SK케미칼을 집중 추궁했다.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SK케미칼이 2000년을 전후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상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독성을 약하게 표기해 고의적으로 유해성을 숨겨왔다고 지적했다.

1997년 3월 6일 MSDS에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규제 : 유해물질', '안점막자극 : 심한 자극성'으로 표기했으나,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규제 : 미규정', '안점막자극: 자극성 있음'으로 표현을 바꾼 것이다.

김 의원은 "고용부가 산업법에 따라 SK의 유해성을 검토한 것은 그해 4월"이라며 "고용부가 판단하기도 전에 스스로 PHMG를 '유해물질'이라고 분류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SK케미칼 김철 대표(가운데)가 답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유섭 새누리당 의원은 SK케미칼이 판매처에 제공한 MSDS에서 CMIT/MIT, PHMG 등의 '흡입 위험' 항목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점을 지적했다.

최연혜 새누리당 의원은 "CMIT와 MIT가 폐 손상과 관련성이 적다는 이유로 검찰이나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식적인 책임을 묻고 있지 않지만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김철 SK케미칼 대표는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이해한다"면서도 직접적인 사과는 아꼈다. 배상에 대해선 정부 조사 결과가 우선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김 대표는 "최종적인 판정은 우선 진상 규명이 철저히 돼야 하고, 과학적인 검증도 정부 기관에서 진행되면 조사 결과에 따라서 우리가 취할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라고 했다. 배상 판결 전 기금 출연 여부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는 "국회와 정부에서 틀을 마련해주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발표만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SK케미칼의 태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며 "책임 있는 기업 윤리의식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잘못이 있으면 인정하고 보상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날 함께 출석한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업체들 관계자들은 기금 출연에 대체로 긍정적으로 답했다. 고광현 애경산업 대표는 "정부가 기준을 마련해주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답했고, 이갑수 이마트 대표,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정종표 홈플러스 부사장 또한 동참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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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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