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반도체·첨단전자 산업 공정 화학물질을 제조하는 삼영순화 온산공장에서 급성 유해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다쳤던 노동자가 입원 치료 중 사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독성물질인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TMAH) 누출사고로 병원에 후송됐던 삼영순화 온산공장 노동자 A(58) 씨가 4일 숨졌다. A 씨는 사고 당일 TMAH 용액을 20L(리터) 용기에 투입하다 얼굴, 팔 등에 물질이 접촉돼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후송돼 입원 치료를 받아 왔다.
울산소방본부, 경찰 등에 따르면 누출량은 1~3킬로그램(kg)가량으로、 용액을 넣는 호스와 드럼통 사이 연결 부분이 어긋나 물질이 누출됐다고 추정된다.
TMAH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 등 전자산업의 포토공정과 세정공정에서 현상액과 세정액으로 쓰이는 급성 유해화학물질이다.

안전보건공단은 TMAH를 "눈과 피부가 접촉된다면 수 분~단기간 내 사망하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 있는 급성 독성 물질"로 분류한다. 안전보건공단의 TMAH 취급 가이드북에 따르면, TMAH는 강염기성 물질로 피부접촉시 화학화상을 일으켜 피부로 쉽게 흡수되며, 흡수된 TMAH는 신경세포로부터 신경전달을 차단해 단기간에 호흡곤란과 심장마비를 일으켜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다.
TMAH 누출로 인한 노동자 중대재해 사고는 빈번히 발생해왔다. 지난 2021년 1월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의 협력업체 노동자 5명이 배관 변경 작업 중 TMAH에 노출돼 2명이 치료 중 사망했고, 3명은 심한 화상을 입었다. 2012년 4월엔 충북 음성의 한 반도체 현상액 제조회사에서 30대 남성 노동자가 탱크로리 세척작업 중 TMAH에 노출돼 사망했고, 2011년 12월에도 경기도 세척제 제조회사에서 누출 사고에 따른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재해가 발생한 삼영순화는 한솔케미칼과 일본의 미쓰비시가스케미칼(MGC)이 합작해 설립한 전자산업 공정 화학물질 제조업체다. 주주회사인 한솔케미칼과 미쓰비시가스케미칼 등에서 원료 과산화수소를 공급받아 반도체, LCD 등 생산에 쓰이는 화학물질을 제조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영순화 제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공급된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9일 성명을 내 "반복된 반도체 급성중독 사망재해임에도 노동부의 사고 발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노동부의 알림엔) 해당 세척제가 무엇인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반복돼 온 급성독성 물질이란 명시도 없다. 중대재해 수사 여부에 관한 기사조차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적 안전조치도 갖추지 않아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삼영순화 사업주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엄중 처벌하라"며 "삼성, SK 등 반도체 공급망 회사들도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그 어떤 돈벌이보다 우선이다"라고 밝혔다.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9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국가 차원의 반도체산업 확장을 위해 각종 인허가 규제 완화를 명시한 반도체특별법이 하반기 9월 국회에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까지 됐다"며 "이 와중 반도체 산업에서 반복돼 온 급성중독 중대재해가 또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노무사는 "그럼에도 언론과 여당은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첨단 전략산업기지가 될 거라는 추앙, TMAH 생산 공장처럼 반도체 관계 기업이 엄청난 돈벌이가 될 거라는 찬사만 얘기한다"며 "지금 공정 현장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서 하는 말이냐. 정부와 국회는 반도체기업만을 위한 특별법이 아니라, 반도체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근본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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