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오세훈 효율화'에서 시작"

시민대책위 조사단 결과 발표..."외주화로 위험 작업 할 수밖에"

지난 5월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는 효율성을 강조한 서울시와 중앙 정부가 초래한 복합적인 문제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승강장 안전문 관리업무의 외주화가 하청 노동자를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았다는 것.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은 25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기업의 각종 안전관련 설비의 시공, 개보수, 정비 등에 대해 항상 비용 중심의 심사를 진행했던 서울시와, 공공부문을 자본논리에 따라 관리하려 했던 중앙정부가 '책임의 사슬'의 정점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8년, 서울시의 지하철 공사인력 효율화 방안에 의해 서울메트로의 분사화가 시작됐다"며 "이로 인해 (이번 사고가 발생한) 은성PSD 등이 서울메트로에서 분사화 됐고 스크린도어 관리업무가 외주화 됐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이로 인해 인력 부족은 일상적이었으며, 장애 통보 후 1시간 이내 미도착 시 지연배상금, 동일 장애 3회 발생 시 배상금 지급 등 독소조항으로 가득한 계약이 은성PSD에 강제됐다"며 "그 결과 정비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위험을 감수한 채 선로 측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 '돈 아끼려다 사람을 죽였다'는 말은 사실일 수밖에 없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모두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정상적 일탈, 집단 전체에 퍼져 있다"

조사단은 조직 내 안전불감증도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메트로는 지난 10년 동안 제대로 된 선로 작업 안전 매뉴얼조차 만들지 못했으며 형식적 관리로 일관했고, 은성PSD도 안전 및 기술 교육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고 조사결과를 밝혔다.

서울메트로 매뉴얼은 일관성이 없어 정비 작업자가 어디 도착하면 누구에게 통보하라는 것도 자주 바뀌었으며 마스터키를 만들어 자율적으로 빼 쓰면서 작업하라고 했다는 조사결과도 이어졌다.

이들은 "더구나 은성PSD작업자들은 부족한 인력으로 하루 90건 이상 발생하는 장애를 처리하기 위해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며 "선로 측 작업이 충분히 수용가능한 정도의 위험이라 여기는 조직 문화도 있는 등 정상적 일탈이 집단 전체에 퍼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승강장 안전문, 저가입찰로 부실시공"

조사단은 스크린도어, 즉 승강장 안전문의 부실시공도 지적했다. 이들은 "기술표준도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승강장 안전문을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저가입찰로 인해 부실시공을 자리 잡게 했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서울메트로의 경우 승강장 안전문 설치 완료 후 4개월 동안 발생한 사고 및 장애건수가 1812건에 달했고, 744건의 부실시공이 확인됐다. 도시철도공사의 경우에도 부실시공으로 인해 한해 3000건이 넘는 장애와 사고기록을 나타냈다.

조사단은 스크린도어의 설계 자체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의 고정문은 광고업체 유진메트로컴의 광고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설치됐으며, 이로 인해 정비 작업자의 비상시 탈출구마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26일 김 군 위령표 제막식

시민대책위는 책임추궁에서 원인규명으로, 정시운행에서 안전운행으로 각종 안전 매뉴얼을 재정비하고 노동안전 활동을 보장하는 것과 함께 안전업무직 노동자의 정규직화와 2인1조 작업이 상시 가능하도록 적정한 인력충원 등을 개선대책을 서울시에 권고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시민대책위는 지난 2개월 여 동안 서울의 10개 지하철 역사 등에서 진행한 '구의역 참사 재발방지와 안전한 지하철을 위한 승객 서명운동'을 통해 받은 1만9000명의 시민 서명을 박원순 서울시장에 전달했다.

시민대책위는 26일 오전 10시30분, 구의역 참사 고 김 군의 위령표 제막식을 구의역 9-4 승강장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와 서울 메트로, 시민대책위로 구성된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은 6월 27일에 조사단을 발족, 2개월에 걸친 조사활동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비정규, 청년, 안전, 법률, 교통, 기술 등으로 구성된 15명의 조사팀과 서울시, 운영기관(서울메트로, 도시철도), 노동조합등 지원팀으로 총 25명이 들어가 있다.

이들은 총 9회의 현장조사, 5회의 간담회, 9회의 면접 조사를 통해 구의역 참사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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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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