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는 없어도 외계인은 있다

[월요일의 '과학 고전 50'] <우주 생명 오디세이>

2010.
2018.

2011 vs. 2014.
2035.

외계 생명체에 관한 강연을 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늘 첫 화면을 이 숫자들과 함께 시작했었다. 이것들은 모두 앞으로 있을 외계 생명체 발견과 관련된 일종의 D-Day들이다.

늘 '왜' 또는 '어떻게'보다는 '언제'를 먼저 묻는 일반인들을 위한 일종의 아이캐치였고 립 서비스였고 영합이었다. 우선 숫자를 보여주면서 관심을 집중시키자는 속셈이었다. 그런 후에 그 숫자에 담겨 있는 '왜'와 '어떻게'를 풀어 놓으면 더 집중하고 재미있는 강연이 될 것 같아서 해 본 시도였다.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몇 년 전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천문우주학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우주 생물학 강의를 할 기회를 얻었다. 늘 하고 싶었던 강의여서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생각보다 일찍 왔다. 마침 교재로 생각하고 있던 제프리 베넷과 세스 쇼스탁이 지은 [Life in The Universe]의 세 번째 개정판이 2011년 1월에 출간되었다. 사실 이 책은 대학교 학부생들을 위한 우주 생물학 교과서인데, 우주 생물학이 천문우주학과 대학원생들에게도 여전히 낯선 분야임을 감안해서 이 책을 대학원생들과 같이 읽어나가기로 했다.

▲ <우주 생명 오디세이>(크리스 임피 지음, 전대호 옮김, 까치 펴냄). ⓒ까치
본격적인 수업을 진행하기 전에 학생들과 함께 워밍업 삼아 읽기로 한 책이 <우주 생명 오디세이>(크리스 임피 지음, 전대호 옮김, 까치 펴냄)이다. (학생들은 지금도 여전히 이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 우선 한글로 번역된 책이니만큼 새로운 분야를 접할 때 생기는 용어의 장벽이 좀 덜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우주 생명 오디세이>를 쓴 크리스 임피는 친절한 천문학자이다. 내가 박사 학위 논문을 쓰고 있을 때 임피가 만들어 놓은 컴퓨터 소스 코드를 얻어서 내 연구 목적에 맞게 고쳐서 쓴 일이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를 공개하지 않았던 자신의 프로그램을 일면식도 없었던 대학원생에게 선뜻 내어주던 쿨한 천문학자로 기억하고 있다.

몇 년 전 교양 천문학 관련 학회에서 임피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초청 강연뿐만 아니라 식사를 하는 사적인 자리에서도 우주 생물학의 시대가 이미 도래 했다는 것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역설하고 교양 과학으로서의 우주 생물학 과목 개설의 필요성을 역설하던 모습이 선하다. 그러던 그가 직접 쓴 교양 우주 생물학 교과서가 바로 이 책이다.

우주 생물학은 말 그대로 '우주'에 있는 '생명'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아직까지 지구 밖 어느 곳에서도 생명체가 발견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우주 생물학은 연구할 대상부터 찾아야하는 생뚱맞은 학문이 아닌가? 임피는 우주 생물학에 대해서 이렇게 적고 있다.

"우주 생물학은 우주 속의 생명을 연구하는 신생 분야이다. 생물과학과 물리과학의 온갖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이 이 분야로 모여든다. 우주 생물학은 연구할 대상이 없는 분야라거나 오로지 희망과 호언장담에 의지해서만 존속할 수 있는 분야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대감은 손에 잡힐 듯이 뚜렷하다. 컴퓨터와 보조 장치의 성능을 높인 기술의 혁명은 우리가 먼 곳에서 온 빛을 모으고 우주로 정교한 탐지 장치를 보내는 능력도 바꿔놓았다. 수십 년 안에 우리의 생물학이 유일한지 여부를 알게 될 것이라는 믿음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과학자들은 UFO가 외계인들이 타고 온 우주선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과학적 개연성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멀리 떨어진 별 주위를 도는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어두운 행성의 존재에 대해서는 확신한다. 과학적 관측을 통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연구할 대상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우주 생물학의 미래에 대해서 낙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연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가 어린아이든 나이 지긋한 할머니든 늘 내게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외계인은 있는지 또 어떻게 생겼는지, 지구 외에도 공기가 있는 곳이 있는지, 화성에도 생명이 있는지. 이것이 바로 우리가 던지는 질문이고 <우주 생명 오디세이>가 던지는 질문이다.

"이 책을 이끄는 것은 세 가지 질문이다. 그 질문들 각각은 내부를 살펴보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이윽고 밖으로 시선을 돌려 우주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지위에 대해서 묻는다. 지구는 특별할까? 우주 생물학은 이 질문을 이렇게 바꾸어 던진다. 생명이 거주할 수 있는 세계는 얼마나 많을까? 생명은 특별할까라는 질문은 우주 생물학에서 이렇게 바뀐다. 생물학은 유일하게 지구에서만 타당할까? 우주에 우리만 있는 것일까라는 마지막 질문은 아마도 가장 근본적일 텐데, 우주 생물학은 그 질문을 이렇게 표현한다. 저 바깥 어디엔가 지적이며 소통 가능한 문명들이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여러 다른 분야의 과학자들은 서로 협력하면서 최신의 지식과 첨단의 기술의 한계까지 자신들을 밀어붙인다. 특히 우주 생물학과 같은 신생 학문에서는 그런 노력이 더 많이 요구된다. 모든 기준을 새롭게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우주 생물학 연구는 우리를 앎의 가장자리로 이끈다. 지구에서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들의 범위를 이해하려면 지구를 끝까지 탐험해야 한다. 태양계에서 생명을 찾는 작업은 우리를 우주 기술의 한계로 이끈다. 다른 별들 주위의 행성들에서 생명을 찾는 연구는 우리를 망원경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로 이끈다."

지난 몇 년 동안 몇몇 우주 생물학 관련 학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학회에 과학자뿐 아니라 과학저술가, 기자, SF 작가도 많이 참가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을 위한 별도의 작은 워크숍이 마련되기도 한다. 더 흥미로운 것은 어떤 경우에는 발표자가 청중들이 자신의 발표 분야의 기본 지식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일종의 요약 강의를 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화학과 관련된 발표를 한다면, 대학교에 다닐 때 <일반화학>을 이수했는지의 여부를 묻고는 청중들의 수준에 맞게 간략한 <일반화학> '요약' 강의를 먼저 하고 본 발표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워낙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생긴 현상일 것이다. 덕분에 여러 분야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우주 생물학이 그만큼 다학제적이고 다문화적 학문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다양한 질문에 대한 가장 많은 답변이 '우리는 이만큼 알고 있지만 부족하다. 아직은 잘 모른다', 뭐 이런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다른 많은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이 부분에서 더 큰 흥분을 느꼈다. 우리는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은 더 많고 탐색할 대상이 무수히 널려 있기 때문이다. 하나를 알면 열 가지 모르는 의문이 생긴다. 그것이 과학이다.

임피는 <우주 생명 오디세이>에서 친절하고 적절한 비유를 섞어서 우주 생물학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서 이런 과학자들의 노력이 깃든 최신의 연구 결과들이 어떤 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차분하게 설명하고 있다. 단지 '언제'뿐만 아니라 '왜' 그리고 '어떻게'에 대해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면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가독성 있는 그의 문체도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로 꼽아야할 것 같다.

2011년이 되면서 내 강연 자료의 첫 화면도 아래와 같이 바뀌었다.

2011.
2018.
(2011) vs 2014.
[2035]

여전히 외계생명체 발견과 관련이 있는 D-Day들이지만 그동안의 새로운 발견을 반영해서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마치 무슨 암호 같아 보이지만 <우주 생명 오디세이>를 읽으면 이 숫자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독자들을 위해서 그 내용을 여기서 하나하나 설명하고 밝히지 않은 채 남겨두려고 한다. 물론 내 추정값과 임피가 제시하는 숫자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당시 내가 2014라고 제시하는 것을 그는 어느 우주 생물학 학회에서 2013이라고 추정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우주 생물학의 질문들에 대한 과학자들의 첫 번째 구체적인 답들이 쏟아져 나오기 직전의 폭풍전야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구 밖 우주 어느 곳에서 생명이 발견된다면 그것은 세상을 보는 우리의 인식의 지평선을 한껏 넓혀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자신을 다른 생명과 비교하면서 반추해 볼 수 있는 신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단 하나의 행성, 즉 지구에 있는 생명만 안다. 그러나 우리 시대에 과학과 기술은 격동하고 있다. 만일 우리가 지구의 생물이 유일하지 않다는 것을-이 우주가 살아 있는 우주라는 것을-발견한다면, 그것은 인류 역사의 어느 발견 못지않게 근본적인 발견이 될 것이다."

오히려 우리 이외에 어떤 생명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엄청난 충격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주 생물학에 실패란 없다. 외계생명체가 발견된다면 그에 따른 수많은 새로운 질문들이 쏟아질 것이다. 그 반대라면 우리는 여전히 이런 질문을 던질 것이다.

"우리는 묻는다. 우리만 있는 것일까?"

그리고 연구와 탐색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우주 생물학에 실패란 없다. 다만 의문과 질문과 새로운 답만이 있을 뿐이다. 폭풍우 속 파도타기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우주 생명 오디세이>와 함께 우주 생물학의 파도 속으로 서핑을 떠나보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