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안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검찰 개혁 카드를 빼들었다. '진경준 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검찰 개혁 이슈가 20대 정기국회 최대 쟁점 중 하나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비처) 설치 등과 함께,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장악한 검찰 조직의 과도한 권한 집중이 법조 비리의 원인이라는 지적은 그간 끊임없이 제기돼 왔었다.
검찰에 호되게 당한 국민의당, 검찰 개혁 명분 쥐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8일 '진경준 게이트'를 거론하며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처럼 밝히며 공비처 설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민의당은 최근 검찰로부터 호되게 당한 적이 있다. 김수민, 박선숙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 수사 과정에서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결국 국민의당에 검찰 개혁의 명분을 쥐어 준 셈이 됐다.
국민의당 뿐만이 아니다. '진경준 게이트' 사건으로 검찰 창설 이래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회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정의당도 국민의당 못지않게 발빠르게 나서 이날 "공비처 신설법안과 상설특검법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상설특검법은 지난 2014년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특검 임명을 결국 대통령이 한다는 점, 특검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 등은 법안 처리 당시에도 지적됐던 문제다. 새누리당의 반대로 인해 '누더기 상설특검'이 됐다는 것이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제도특검이라고 해서 상설특검법을 여야합의로 통과시켰지만, 무력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 현재의 사태로 증명되고 있다"고 했다.
특검 가동 요건이 엄격해, 정작 특검이 필요한 법조비리 등에 대해서는 '제도 특검'이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진경준 게이트'와 같은 사례와 관련해, 공비처가 있었다면 조기에 뿌리뽑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특히 검찰 인사에 영향력이 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진경준 게이트' 연루 의혹에 휘말리면서, 야당의 공비처 신설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우병우 민정수석, '진경준 게이트'에 휘말리나?)
수사권도 사실상 검찰이 독점하는데, 검찰 연루 법조 비리 뿌리 뽑히겠나?
공비처가 없는 상황인데다, 기소권은 물론, 사실상 수사권까지 검찰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연루된 법조 비리 사건은 제대로 된 진상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이 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및 홍만표 전 검사장이 연루된 법조비리 사건도 마찬가지다. "예우받은 전관은 있는데 예우해준 현관은 어디에 있느냐(더민주 조응천 의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정의당은 이날 공비처 신설 등과 함께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등으로 "근본적인 검찰 개혁을 통해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축소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검찰조직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 분리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연관되는 이슈다. 검경 수사권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더민주 표창원 의원은 지난 15일 "검사가 연루된 사건에 한해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까지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야당이 검찰 연루 법조 비리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권 독립 이슈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나서면, 검찰이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현재가 검찰 개혁의 적기라는 말도 나온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검찰 개혁을 강하게 언급하면서, 해당 이슈는 이번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차원에서 검찰 개혁 제도에 대한 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반면 야당의 요구에 대해 선을 그었다. 김현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야당에서 공비처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미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이라는 제도가 있는 만큼 기존의 수사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여 고위공직자 수사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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