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중국해서 뺨 맞고 한국 사드에 눈 흘길 것"

국민의당 '사드 토론회' 성황…김영희 "'북한 어린이'를 중국 품으로"

국민의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주제로 국회에서 연 토론회에,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과 김형진 외교부 차관보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토론회 발제는 국제·외교안보 분야 보도의 권위자인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가 했다.

김 기자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토론회에서 "남북한·중국 3각 관계의 특수상황에서는 외교의 비중이 전통적 안보 개념에서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군사력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우리의 충분조건의 으뜸은 주변 4강 상대 외교"라고 사드 배치 결정을 비판했다. "군사면의 '플러스'가 외교, 특히 한중, 한러 관계의 '마이너스'로 상쇄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 기자는 "사드의 상대적 존재가치를 의심하지 않는다. 한 번의 요격 찬스가 두 번으로 늘어나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북한이 수십, 수백 발의 미사일을 동시다발로 쏘아 온다면 사드 1개 포대 48문의 요격 미사일로는 모두 요격할 수가 없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사드가 전가의 보검처럼 '그것만 있으면 북한의 모든 미사일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의 반발은 예상 이상으로 강경하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사드가 중국이 아니라 북한을 겨냥한 것임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했지만 왕 부장은 설명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며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뺨 맞고 한국에 눈 흘길 구실이 더 생겼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와 제휴해 모종의 보복조치를 강구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중국을 도덕적으로 비판한다고 사드를 둘러싼 우리의 외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데에 우리의 깊은 고민이 있다"고 했다.

그는 한민구 국방장관을 언급하며 "중국을 상대로 당당하게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했는데, 자신만만한 기세는 좋은데 발언 수위가 높을수록 외교부가 하는 일만 힘들어진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 설득에 모든 외교 자산을 쏟아부어야 할 때"라며 "그런데 국방부가 사드 배치를 발표하던 그 시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강남의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다. 그때 한국 외교장관이 있어야 할 자리는 외교부 고위 간부들의 비상대책회장의장 아니면 중국 베이징(北京)이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사드가 북한이라는 말썽꾸러기 어린아이를 중국 품 안에 안겨준 효과를 냈다"며 "역설적으로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번 더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냉소 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북한이 5차 핵실험 등 추가적으로 중국의 비위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지 않는 한, 현재 조건에서 북중 간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정성장 연구원이 "중국 군부는 미국과 한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북중 군사교류협력을 복원하려 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 기자의 발제 이후 정동영 의원(국민의당. 전 통일부 장관 겸 NSC 상임위원장), 김종대 의원(정의당. 전 NSC 행정관),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최종건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과) 등 해당 분야에 정통한 정치인과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나섰다. 류제승 실장과 김형진 차관보도 토론자로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류 실장은 사드 배치 발표를 직접 맡았던 국방부의 핵심 관계자이고, 김 차관보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외교비서관, 외교부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친 고위 당국자다.

그러나 토론자들의 화려한 면면에 비해, 실제 이뤄진 토론 내용은 각자가 국회 상임위원회 질의나 언론 인터뷰, 기고 등을 통해 이미 밝혀 온 입장을 요약·정리하는 수준이었고, 상호 활발한 토론이 오가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시간 부족도 한 요인이었다. 김 차관보가 러시아의 동향과 관련해 "사드 배치 결정 직후 반발했지만,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관급 정책협의(7월 8일) 등은 정상 진행했다"며 "특별한 동향은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정도가 새로운 내용이었다. 류 실장은 주로 정부 입장을 방어하며 사드의 성능과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고, 정동영·김종대 의원은 사드 도입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정성장 연구원과 최종건 교수는 사드에 비판적인 입장에서 향후 한국의 동북아 외교전략이 장애에 부딪힐 수 있음을 지적했다.

토론회 시작 전 축사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전 대표, 김성식 정책위의장 등이 했다. 특히 토론회 주최자인 김중로 의원의 축사 도중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감창일 의원이 참석해 인사말을 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더민주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아직 당론을 정하지 않은 상태이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사드 배치를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전날 민평련계 의원 17명이 연명으로 반대 입장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전 대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 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이종걸·강창일 의원도 반대 당론을 채택한 국민의당의 토론회에 참석한 것이 눈길을 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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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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