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취임 기자 간담회를 열어 "지금 많은 분들이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금까지 개헌 논의가 지지 부진했던 이유는 권력의 관점에서만 유불리를 따져왔기 때문"이라며 "그런 좁은 시야를 벗어나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의 다양한 변화의 흐름들을 수용하고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담아내는 개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이 단순히 권력 구조 개편뿐만 아니라, 기본권 확충 등 사회 변화를 담보하는 포괄적인 내용이어야 한다고 제시한 셈이다. 다만, 구체적인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제 개인 의견은 있지만 그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을 자제하려고 한다"면서 "각 정당이 개헌에 대한 입장을 잘 협의해서 좋은 방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우윤근 신임 국회 사무총장이 개헌 특별위원회를 만들자고 주장한 데 대해서 정세균 국회의장은 "특위는 의장의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각 교섭단체 정당 지도자와 사전에 의논하고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기독교방송(CBS)의 의뢰로 실지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9.8%는 개헌에 '공감한다(매우 공감 33.7%, 공감하는 편 36.1%)'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12.5%였고, '모르겠다'는 답은 17.7%였다.
권력 구조를 어떻게 바꾸었으면 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1%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꼽았고, 그 뒤를 '분권형 대통령제'(19.8%), '의원내각제'(12.8%)가 이었다. (전국 성인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15일 유무선 전화 임의 걸기 방식. 응답률 6.1%,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4.3%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 여론 조사 공정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정세균 국회의장을 필두로 정치권에서도 개헌 논의가 백가쟁명 식으로 펼쳐졌지만, 정작 청와대는 개헌에 반대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개헌과 관련해)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고 개헌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13일 기자회견에서 "(국정이) 스톱되고, 발목 잡히고, 지금 나라가 한치 앞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몰아가면서 개헌을 어떻게 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저는 입이 떨어지지 않는 얘기라고 생각한다"고 '개헌 블랙홀론'을 폈다.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청와대와의 관계 설정 방향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를 도울 일이 있으면 당연히 돕겠지만,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NO'라고 분명하게 말할 것"이라며 "그 판단 기준은 권력이 아닌 국민이다. 정권은 실패할 수 있어도 국가는 실패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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