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전세값, 국민 절반은 쫒겨나도 대책없어

전세자금대출만 늘어나

전세 가구 절반 이상이 전세금 상승에 아무 대비도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대인이 당장 전세금을 올리기로 하면 아무 대책 없이 집을 나가야 하는 가구가 많아,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전셋값 상승으로 인해 전세자금대출은 급증했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다보니, 결국 임차인이 대출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낳은 셈이다.

17일 국토연구원의 '주택시장 행태분석과 시사점'을 보면 전셋값이 오르는 데 대비한 가구는 조사 대상의 45.4%에 불과했다. 채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 자료는 수도권과 지역광역시 250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부동산시장패널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특히 소득에 따라 대비 수준이 뚜렷이 차이 났다. 고소득층 가구의 58.9%는 전세금 상승 대비책을 마련했으나, 저소득층 가구 중 대비책을 세운 가구 비중은 27.4%에 불과했다. 중소득층 중 대비책을 세운 가구 비중은 48.3%였다.

대비책이 있다손 치더라도 저소득층의 경우 전세자금대출(21.7%)을 받거나 보증부 월세로 전환(5.6%)하겠다는 응답자 비율이 고소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다. 사실상 빚을 내는 게 가장 유력한 대비책인 셈이다.

반면 전세금 상승 대비책으로 여유자금을 활용하게다고 응답한 가구 비중은 고소득층의 경우 68.4%에 달했으나, 저소득층은 50.9%에 그쳤다.

이처럼 집값 상승에 따른 운용 자금 여력에 차이가 나다 보니, 이사할 때 고려하는 사항에서도 가구 소득별로 차이가 났다.

고소득층은 '교통 및 거주환경'(28.9%), '주택유형'(25.1%)을 주로 고려했으며 중소득층은 '주택규모'(23.8%), '주택유형'(22.9%), '교통 및 거주환경'(20.2%)을 주로 고려했다.

반면 저소득층의 과반에 가까운 45.6%는 '유지관리비'를 주택 선택의 가장 큰 사항으로 꼽았다.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에 따라 가계 경제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큼에도, 사실상 가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비책은 전세자금대출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대형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작년 말 23조6636억 원(기금을 제외한 은행계정)에서 올해 3월 25조6315만 원으로 1조9679억 원 늘었다.

이는 지난 2014년 1분기 순증액인 1조1534억 원 보다 70.6%,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난 작년 1분기 증가액(1조3298억 원)보다는 48.0% 많은 수치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월세 전환보다 대출을 늘리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 판단한 가구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셋값 상승 관련 규제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전세 대책을 정부가 내놓지 못해, 가구가 빚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전세자금대출 수요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저소득 임차서민을 위한 자금지원을 실시해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고 저렴한 임차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월세 주택을 자가로 전환하거나 거주 목적의 주택실수요자를 위해서도 지원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 제도를 강화하고, 부동산 시장에 관한 지속적인 실태조사를 이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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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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