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변호사' 김앤장, 짐 싸서 영국 가시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김앤장 규탄 기자회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옥시의 법률 대리를 맡은 대형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찾아 '조작 보고서' 작성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김앤장은 지난 2001년 정부가 원인 미상의 폐 손상 원인으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등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하자, 서울대학교와 호서대학교 연구 팀에 뒷돈을 주고 왜곡된 실험 보고서를 쓰도록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옥시 측에 유리한 거짓 보고서로 인해, 개별적으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던 피해자들은 결국 소송을 취하하고 합의해야 했다.

이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17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건물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17일 김앤장 앞 규탄 시위를 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 단체 활동가들. ⓒ프레시안(서어리)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올해 초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까지 민사 소송에 참여했던 피해자 가운데 80%가 합의했는데, 그 합의는 교통사고로 아이가 뛰어놀다가 사망한 수준의 쌍방 과실에 준하는 어처구니없는 조건이었다"며 비판했다.

김앤장이 피해자들에게 요구한 합의서 내용은 △피고, 즉 옥시가 책임을 인정해서 합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민·형사상의 문제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며, △모든 내용을 비공개로 하는 것으로 하는 등으로, 이러한 합의는 피해자들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옥시가 2011년 말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바꾼 데 대해서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법인을 폐기하여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게 한 것으로, 이 역시 당시 법률 자문을 맡은 김앤장의 자문에 따른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소송에 참여했었던 피해자 가족 안성우 씨는 "법의 정의를 외치는 변호사도 거대 기업과 자본 앞에선 악마가 되고 인간의 양심을 팔아버렸다"며 "김앤장은 선량한 시민들을 무참히 짓밟은 악마적인 변호 기업"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안 씨는 "옥시를 변론했던 변호사들도 대한민국에서 퇴출돼야 한다"며 "당장 짐을 싸서 (옥시 본사가 있는) 영국에 가라"고 했다.

이날 회견에 함께 참석한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그간 재벌 대기업이 저지르는 온갖 횡포 뒤에는 김앤장이 있었다"며 "돈 받고 변론하는 것이기 때문에 백 번 양보해서 인정한다 해도, 증거 인멸까지 가담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비판했다.

피해자들은 "김앤장 스스로 국민들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스스로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검찰이나 변호사협회 등에서 진상을 조사하고 법적 의무 위반이나 변호사 윤리 위반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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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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