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삭발하라" vs. "김무성 야반도주"

새누리당 20대 당선인 워크숍…친박-비박 정면충돌

20대 국회에서의 새 출발을 약속하려던 26일 새누리당 4.13 총선 당선자 워크숍에서, 총선 패배를 둘러싼 김무성 책임론과 최경환 책임론이 정면 충돌했다.

비박계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공천 파동이란 패인을 제공한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이 책임지라'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지만, 일부 친박 의원들은 '옥새 파동'에 초점을 맞추며 김무성 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이에 따라 당초 '선거냐 합의 추대냐'란 원내대표 선출 방식을 논의하려던 워크숍은, 4시간에 가까운 논의 끝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형식적인 당선인 결의문을 채택하는 데서 마무리됐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워크숍에 아예 불참했으며, 최경환 의원은 쏟아지는 책임론을 애써 외면하고만 있다. 사분오열하는 상황을 수습할 힘 있는 리더도, 마땅한 대안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서청원 "논쟁하더라도 당론 결정되면 따라야"

언론에 공개됐던 워크숍 초반 부분 때만 해도 마이크를 들고 공식적인 발언을 한 이들은 하나같이 '사죄' 성격의 발언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원유철 원내대표(대표 권한대행)는 "총선에서 매서운 회초리를 맞았다"면서 "진정성 있는 반성은 사죄만으로 책임을 모면하는 것이 아니라 계파 정치를 청산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다선 의원으로 인사말을 한 서청원 의원 또한 자신을 총선 패배의 "원인 제공자 중 하나"라고 소개하며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사과한다. 잘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사과 뒤에 이어진 '일단 봉합' 취지의 발언들은 '제대로 된 책임'을 요구하는 비박계 일부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해 보였다.

원 원내대표는 "오늘 워크숍에서는 네 탓보다는 내 탓 반성이 절실하다"고 했고, 서 의원은 더 나아가 "치열한 논쟁을 하더라도 당론으로 결정되면 소신을 접고 따르는 자세가 있을 때 난국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구 "진박 마케팅에 경제난까지…최경환 삭발이라도 해야"

최경환 책임론을 특히 강력하게 제기한 이는 서울 강남갑 이종구 당선인이었다. 이 당선인은 '진박 마케팅과 초이노믹스 때문에 총선에 참패했다'면서 최경환 의원의 실명을 전격 거론했다.

그는 최 의원이 "삭발이나 삼보일배라도 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총선 참패에 책임이 있는 친박계는 어떤 당직도 맡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책임론도 제기했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박 대통령도 책임이 있는 거 아니겠냐"면서 "다만 (친박계가) 대통령의 눈 귀를 상당히 가려 판단을 흐리게 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까운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이 에이포(A4) 석 장 분량으로 총선 패배의 원인 등을 지적했다.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어떻게 이런 무참한 일이 벌어졌는지 낱낱이 밝히는 것이 일의 순서일 것이다"면서 친박계 2선 후퇴론을 거듭 주장했다.

▲ 새누리당 지역구 대표로 지상욱 당선인과 비례대표 대표인 송희경 당선인이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20대 국회 당선인 워크숍에서 당선인 122명 전원 명의로 20대 국회 성실한 의정활동에 대한 약속과 함께 변화와 쇄신에 대한 각오를 밝히는 '반성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흠 "김무성 책임…상향식 밀어붙이고 야반도주"

이처럼 쏟아지는 책임론 속에도 친박계의 속내를 거침없이 발언한 당선자가 있었다. 충남 보령.서천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태흠 의원이다.

김 의원은 이날 워크숍 중 기자들을 만나 "총선 패배에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첫째는 김무성 전 대표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당의 새로운 정책과 비전 제시, 새 인물 영입이 100% 없지 않았느냐"고 했고 "김 전 대표가 상향식 공천을 고수하고 밀어붙였는데 끝나고 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 야반도주 한 것 아니냐"고 맹비난했다.

김 전 대표가 총선 패배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부산에 머무르며 칩거 중인 상황을 비난한 것이다.

김 의원은 또 공천 배제로 탈당한 후 당선된 복당 희망자들을 겨냥해 "투표용지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무슨 복당을 하나. 무책임한 짓"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친박계 2선 후퇴론을 주장하며 원유철 비상대책위 체제를 좌절시킨 당내 쇄신 모임에 대해서는 김 전 대표에 '부화뇌동'한 인물들이라고 깎아내렸다.

그는 "김 전 대표 언저리에 있으면서 김 전 대표가 올바르게 가지 않는데 조언을 해주지 않고 덩달아 부화뇌동 한 사람들 아니냐"면서 "18대 말에 국회 선진화법 주도한 사람들 아닌가. 국정 발목 잡히게 한 원죄 있는 사람이 누구를 비판하면서 쇄신 거론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계파 정치 극복, 민심 정치" 결의문 낭독…원내대표 선거 내달 3일

이렇게 책임론 공방이 벌어지며 이날 워크숍은 당초 예정됐던 종료 시각인 오후 12시를 지나 오후 2시께가 되어서야 마무리됐다. 점심도 미뤄가며 4시간에 가까운 논쟁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결정된 것은 없다. 계파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원내대표 합의 추대론 방식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이고, 비상대책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할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에 따라 내달 3일 예정대로 원내대표 선거를 진행하겠다고 일단 밝혔다.

그 전까지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비박계 나경원 정진석 의원과 친박계 유기준 홍문종 의원 등을 둘러싼 계파 신경전이 '정리'가 된다면 합의 추대로,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이 선거로 간다는 방침이다.

원 원내대표는 워크숍을 마치기 전 원내대표 선거를 관리할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상진 당선인이 선관위원장을 맡았으며, 세월호 유가족을 겨냥해 '시체 장사'라는 막말을 했던 김순례 비례대표 당선인이 선관위원에 포함됐다. (☞ 관련 기사 : "세월호 거지 근성"…김순례, 새누리 비례 15번)

워크숍 '피날레'로 새누리당 20대 당선인들이 발표한 결의문 형태의 '반성문'에는 "계파와 정파에 매몰된 작은 정치를 극복하고, 민심을 존중하는 '민심 정치'를 펼쳐나가겠습니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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