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3선 의원 노회찬·심상정, 노심초사?

진보 대권 주자로 부상…'진보 정당 전성 시대'는 과제

정의당의 두 얼굴인 심상정 대표(경기 고양덕양갑)와 노회찬 후보(경남 창원성산)가 13일 나란히 20대 총선에서 당선이 확실시됐다. 이로써 두 후보 모두 정의당 소속 3선 의원이 될 전망이다.

심상정 대표는 정의당 최초의 지역구 재선 의원이자 당 대표로서 차기 대선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노회찬 후보는 이른바 '삼성 X파일' 폭로 사건으로 의원직을 잃은 설움을 딛고, '영남 진보 정치 벨트'를 만드는 데 한 걸음 내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정의당의 성적은 초라하다. 두 3선 의원은 '노심초사'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정의당의 부진 이유로는 국민의당과 같은 제3당의 돌풍, 야권 연대 실패로 인한 유권자의 분열, 비례대표 의석수 축소 등이 꼽힌다. 이들은 '진보 정당 전성 시대'를 향한 외로운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 동지이자 라이벌

심상정, 노회찬 후보는 둘 다 노동 운동가 출신인 정치적 '동지'이자 '라이벌'이다. 서울대학교 초대 총여학생회장 출신인 심상정 대표는 1980년대 구로공단에 위장 취업했고, 고려대학교 학생이었던 노회찬 후보는 용접공으로 일해 노동 운동을 했다.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두 사람은 정치인으로서의 길도 함께 걸었다. 민주노동당 시절인 2007년에는 대선 후보로서 서로 맞붙었고, 통합진보당 분당 사태 때는 둘 다 탈당해 진보신당에 합류했다. 2015년 7월에는 둘 다 정의당 대표 선거에 나갔고, 심상정 후보가 당 대표로 뽑혔다.

▲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방송사의 출구 조사 결과 경남 창원 성산에서 노회찬 후보가 우세하다고 나오자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회찬, 울산 무소속 돌풍으로 '영남 진보 벨트' 한 걸음

두 사람이 걸었던 세부적인 길은 달랐다. 노회찬 후보는 17대 국회 당시 삼성 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 7명의 실명이 담긴 이른바 '삼성 X파일'을 공개했다가, 19대 국회에서 대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잃었다. 2012년 4.11 총선 당시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서 당선된 지 불과 9개월 만이었다.

대신 노원병에는 2013년 4.24 보궐 선거가 열려 안철수 의원이 출마해 당선되면서 노회찬 후보는 출마할 지역구를 빼앗기게 됐다. 이후 그는 2014년 열린 7.30 보궐선거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가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과 단 929표 차이로 아쉽게 떨어졌다.

20대 총선에서 노회찬 후보는 자신의 원래 지역구였던 노원병과 경남 창원성산을 두고 고민하던 중, 창원성산에 출마를 선언해 당선됐다. 이곳에서 노회찬 후보는 '토박이'가 아니라는 핸디캡을 딛고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와 국민의당 이재환 후보를 꺾었다.

창원 성산은 17대, 18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전 의원을 배출한 '노동자의 도시'이자 '진보 정치 1번지'로 불리는 곳이다. 노회찬 후보는 이곳에 출마하면서 "울산-창원-거제를 아우르는 영남권 진보 벨트를 복원시킬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실제로 울산에서도 무소속 야권 후보인 윤종오(울산 북구), 김종훈 후보(울산 동구)가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권에 들어서, 영남권 진보 정치인 간의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심상정, 야권 연대 없이 승리했지만

심상정 대표도 14일 0시 기준 53.51%를 얻어 야권 단일화 없이도 당선이 확실시됐다. 심상정 대표는 19대 총선에서 양자 구도로 전국 최소 표 차이인 170표로 간신히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된 바 있으나, 이번에는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36.79%), 더불어민주당 박준 후보, 노동당 신지혜 후보 등 4파전 속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일여 다야 구도'라는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현역 의원', '야당 대표'라는 프리미엄으로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최초의 지역구 재선 의원이자 3선 의원이 된 심상정 대표는 잠재적인 대권 주자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이로써 정의당에서 3선 의원 두 명이 나왔다"면서 "정의당이 대안 정치 세력으로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제3당의 입지를 국민의당에 빼앗기고, 비례대표 의석수도 3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두 사람에게는 부담이다. 정의당으로서는 앞으로 '진보 정당' 지지 기반을 어떻게 확보해나갈 것인가가 큰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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