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는 패권 국가인가? 아니면…

[김태호의 중국 군사 세계] 중국의 부상과 동아시아 안보 환경 변화

중국의 부상은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현실이다. 세계 각국도 중국과의 쌍무 관계, 그리고 중국과 주요국과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고, 역내 및 세계 질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 및 논리 개발에 부심하고 있다. 과연 중국은 역내 주도국 혹은 패권국으로 변모할까?

우리에 대한 중국의 중요성은 자명하다. 경제, 외교 및 안보 측면만 보더라도 중국의 중요성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최근 통계를 보더라도 작년도(2015년) 양국 간 교역액은 2274억 달러였고, 우리 측 흑자액이 469억 달러였다. 2014년에 이어 작년에도 양측 간 교류는 1000만 명을 넘었고, 양측 간 항공 편수는 일주일에 1100회인데, 이는 하루에 무려 157편에 달하는 것이다! 중국에 대해 올바로 그리고 심도 있게 이해해야 하는 이유이다.

중국의 부상과 동아시아 안보는 양방향에서 보아야 한다. 중국의 지속적인 부상 여부는 중국체제의 특수성, 그리고 미래의 변화 가능성과 연계되어 있다. 또 기존 질서에 대한 중국의 태도, 즉 현상 유지냐 현상 타파냐의 문제이고, 다른 주요국들의 중국에 대한 정책도 중요한 요인이다. 더욱이 대만(타이완)과 난사(南沙)군도에 대한 주권 주장 및 공세적 태도 또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동시에 동아시아 전략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제의 글로벌화 및 협력 확대, 안보상 '이중 보험'(즉, 협력과 견제 동시 추진), 미국의 불확실한 역내 개입과 군사력 조정 그리고 북한의 지속적 도발과 정권의 미래 등이 있다. 중국의 부상이 동아시아 전략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나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 측면에서 평가할 수 있다.

군사적 측면 : 중국이 군사적으로 향후 10년 혹은 그 이후(즉 2025~2035년)에도 중국의 주변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미국과 경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중국은 대만 및 난사군도 유사에 대비한 전력 태세 및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고, 이는 분명히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가정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중국은 안정을 추구하고, 분쟁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국과 공조할 것이다. 이는 자국의 경제 발전을 위한 조처이고 중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들과의 분쟁을 피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 및 주요국의 이익에 배치되는 행동을 취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중국 및 아시아 안보 환경 분석가인 조너선 폴락(Jonathan Pollack) 박사는 중국이 2010년대 중반, 즉 현재 시점에 ① 중국의 인근 해역에서의 해상 거부 능력, ② 중국 국경 지역 주변에서의 공중 우위 지속 능력, ③ 다양한 장거리 타격력을 통한 미국의 역내 작전 거점 위협 능력, ④ 미국의 정보 우위에 대한 도전 능력 그리고 ⑤ 미국 본토에 대한 전략적 핵 위협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는데, 거의 모든 항목이 현실화되었다. 특히, 최근 중국의 군사력 발전은 미국 측의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측면 : 중국의 부상 혹은 경제적 성장으로 인한 여파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이 아시아 및 국제 시장을 '불안정화(destabilize)'시킬 수는 있어도 '압도(dominate)'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이는 무엇보다도 중국 자체가 다른 주요국에 비해 교역 및 투자 의존도가 높고, 국내 안정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성장과 세계 경제와의 '건강한 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 세계 2위(2015년도 GDP 11조3800억 달러)이고 외환보유액 세계 1위(2015년도 3조3300억 달러)인 중국은 분명 글로벌 생산성 및 교역 흐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국제 경제 규범(예, WTO)에 배치되는 조치나 행동을 취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도 중국은 경제 체질 개선이 급선무인데, 국영기업(SOEs) 및 금융 체제 개혁, 수출이나 투자보다는 내수 확대, '일대일로',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AIIB) 등에서 그 고민을 읽어 낼 수 있다.

지역적 측면 : 중국의 역내 혹은 국제적 영향력은 절대적으로는 제고되나 미국과 비교 시 상대적으로 제한될 것이다. 적어도 중국은 역내에서 미국의 동맹 체제에 도전이 되는 새로운 연합 체제를 형성하지 않고 있으며, 외교적으로는 '윈-윈(win-win)'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연합 체제 부재가 한계로 작용하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으나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결보다는 '동반자 관계', 상하이협력기구(SCO), 다자 경제, 안보 협력 확대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의 외교 전략은 타국과의 '우호적 분위기'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국가 간 차이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난사군도 분쟁 당사국과의 입장 차이 외에도 한국과 일본과의 해양 경계 미획정 등 많은 사례가 있다. 중국의 주장이나 제스처는 대부분 추상적이고 우화적인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연성력(soft power, 軟實力) :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과 같은 하드 파워만으로는 자국의 '종합 국력' 혹은 대외적 이미지 관리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연성력 제고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또한 중국의 연성력은 국가발전 및 외교적 수단으로 홍보되고 있다. 일상의 예로는 고전 대하 드라마(古裝)를 들 수 있는데, <옹정황제의 여인(後宮甄嬛傳)>, <무미랑전기(武媚娘传奇)>, <랑야방(琅琊榜)> 등은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베이징 컨센서스'(中國共識), 공자학원, '和平發展', 6자 회담 등은 중국의 경제력뿐만 아니라 우호적이고 시혜적인 이미지 혹은 '상징'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으나 중국의 연성력은 분명히 제한되어 있다. 중국의 이념, 교육, 사회적 가치는 기본적으로 현재적, 국내적 요인으로서 중국 내에서도 어필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의 교육 수준은 평균적으로 볼 때 낙후되어 있다.

국내적 요인 : 중국내 부패 문제는 잘 알려져 있고, 당과 체제의 정통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부정, 부패 문제는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중국의 취약한 국가 조직(apparatus), 점증하는 대중의 불만 및 불신, 진전 없는 정치 개혁과 같은 국내적 측면과 결합될 경우 그 폭발력이 배가될 수 있다. 또 경제 글로벌화, WTO 준수 의무, 정보화 확산 등 외적 요인은 국내적 요인을 악화시킬 수 있다. 요약하면, 중국의 부상은 이와 같이 다양한 국내외적 요인의 영향을 악화,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장기적(향후 10~20년)으로 상기한 문제는 중국의 인구 문제, 상대적 자원 부족, 고갈과 수급 불균형, 환경 악화 및 오염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30여 년간 진행되어 온 개혁 개방으로 인해 발생한 각종 경제 사회 문제는 별도로 치더라도 말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국내 안정 유지는 상당히 유동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중국의 부상이 지속될 것인가 혹은 중국이 패권국으로 변모할 것인가는 상당히 불확실하다. 역으로 중국이 내부적으로 붕괴될 가능성은 적으나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아시아 및 세계의 경제 그리고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불확실성'은 아시아 국가들로 하여금 중국에 대한 '협력과 견제'라는 이중 보험을 채택하게 하고 있다.

우리의 문제는 한 쪽으로 정책 방향이 쏠려있다는 데에 있다. 최근 중국의 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은 이 점을 잘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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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장 겸 한림대만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국방부와 해군의 자문위원이다. SSCI 등재지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3事(人事, 外事, 軍事)이다. "Sino-ROK Relations at a Crossroads" "China's Anti-Access Strategy and Regional Contingencies" 등 150여 편의 논문이 있고,<동아시아 주요 해양 분쟁과 중국의 군사력>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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