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 회의 후 '중진들이 대표·최고위원 사퇴 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자는 중재안을 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중진들이 조금 더 책임있는 자세로 상황을 수습하는 노력을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는 무책임하다는 얘기다.
문 대표는 "지난번 재신임 제안 때 저는 중진들의 중재안을 받아들인 바 있다"면서 "그 때 중진들은 '그 의견(재신임 투표 철회)을 수용하면 앞으로는 당 대표를 흔드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돌아서자마자 흔들기가 계속돼 결국 오늘에 이르렀다"고 불편한 심경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문 대표는 중진들의 제안에 대해 "어제 수도권 의원들의 제안에 '심사숙고하겠다'고 말씀드렸다. 또 다른 의견들에 대해 일일이 따로 의견을 밝힐 필요는 없다"고만 했다.
최근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과 함께 문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현재의 극단적 당내 갈등의 원인이, 시스템에 의한 인적 혁신에 대한 반발 때문은 아닌지 국민들은 의구심이 있다"며 "중앙위에서 의결한 최소한의 시스템마저도 걷어차는 것은 명백한 반(反)혁신"이라고 말했다.
이는 문 대표가 지난 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공천 불안 때문에, 하위 20% 배제 걱정 때문에 탈당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과 같은 인식이다. 최 본부장은 "기존의 '봉합 질서'로 회귀해야 할 상황이라면 문재인 대표 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문 대표가) 그 길로 가신다면 저부터 단호히 헤어질 것"이라고 했다.
최 본부장은 문 대표의 사퇴를 주장한 중진 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우리 당의 20대 총선은 시대정신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의 참여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며 "과거와 확연히 대비되는 새로운 인적 구성을 국민 앞에 내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저는 다선 의원이 많은 정당이 더 좋은 정당이라는 소신과 믿음이 있지만, 우리는 이제 인적 쇄신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그는 초청 대상이 아닌데도 중진 의원들의 기자 간담회장에 들어가 "전당대회 문제를 비대위가 합의해 결정하는 것은 당헌 위반"이라며 중진들의 제안을 면전에서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대위 제안은) 당헌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이 뒤따르는 문제"라고 '책임'을 언급하면서 "용퇴를 하거나 이런 정신이 있다면 진정성은 이해할 수 있다(그러나 용퇴 등은 없지 않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중진들께서 좀더 헌신적인 자세를 통해서 통합(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게 맞다"며 "당사자들은 아무런 정치적 헌신이나 기여를 마다하고 저런 봉합책을 (주장)하는 것은 피해가는 길을 택한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헌신을 한다면 진정성은 이해가 가지", "중진들이 전부 '황금 지역구'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한편 오후 기자 간담회에서 최 본부장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향해서도 "안 전 대표께서 혁신 위에 혁신을 얹고자 하신다면 그 길을 따를 것이나, 그 뜻과 다르게 반혁신의 결과를 가져올 판단을 하신다면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 전 대표는 이르면 오는 13일 공개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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