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조합원 부부 1호' 탄생하던 날

[이 주의 조합원] 이은재-박해진 조합원 결혼, 축하해주세요

"우리가 처음 만난 건, 종각 앞이었다. 청와대로 향하는 세월호 시위대는 종각 앞에서 경찰 저지선에 가로막혀 대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난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고, 그녀는 도로 한복판 아스팔트 위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처음 만났다."(이은재 페이스북)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소개합니다. 평일에는 '수입템 완판'을 꿈꾸는 대표님으로, 주말엔 민주 시민으로 변신하는 남자 이은재. <프레시안>에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 깐깐하지만 그러나 마음만은 따뜻한 이과 여자 박해진. 두 명의 <프레시안> 조합원이 지난 6일, 영화처럼 시작된 사랑의 결실을 이뤘습니다. 지난해 8월 세월호 집회에서 처음 만난 뒤 1년 3개월 만입니다.

<프레시안> 조합원들끼리 결혼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야말로 <프레시안> '경사'입니다. 조합원 부부 1호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한 '의리' 하는 프레시안 조합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소재 결혼식장에 모였습니다. 김신아‧김정은‧황용운‧허이령 소비자 조합원과 최형락 직원 조합원, 그리고 바로 저, 이렇게 여섯입니다.

▲6일 결혼한 이은재, 박해진 조합원. ⓒ프레시안(서어리)

제주도에서 '세월호 기억 공간 re:born'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는 황 조합원은 이날 결혼식을 위해 바다 건너 서울까지 날아왔습니다. '두 사람을 잇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주장하는 황 조합원은 이날 멋진 축가도 준비했습니다.

"환한 미소가 좋은 해진 있어 지금 은재 행복합니다"

나란히 서서 황 조합원의 축가를 감상할 때도, 혼인 서약을 할 때도 두 조합원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솔로' 조합원들은 "좋겠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평소에도 두 조합원은 솔로 조합원들 '염장 지르기'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김신아‧김정은 조합원은 "둘이 처음에는 사귀는 걸 숨겼는데 하도 좋은 티를 내서 모를 수가 없었다"고 증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은재-박해진 조합원 결혼식 축가를 부른 황용운 조합원. ⓒ프레시안(서어리)

"2세 태어나면 <프레시안> 조합원 가입시켜야죠!"

결혼식이 끝나고 하객 인사에 바쁜 신랑 신부를 붙잡고 조합원들이 추궁에 들어갔습니다.

"지금 소감이 어떤가요?"
"좋습니다."(은재), "덤덤하네요."(해진)

"2세 계획은 어떤가요?"
"내년이요"

그리고 마지막 질문입니다.

"2세가 생기면 프레시안 조합원 가입시키실 계획인가요?"

이 조합원이 호언장담했습니다.

"세 번째 조합원 시켜야죠. 조합비 올리겠습니다!"

은재 님, 해진 님, 약속했습니다. 참고로 증인이 다섯 명입니다! 잊지 마세요!

ⓒ프레시안(최형락)

"세상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면서 살겠습니다."

두 조합원의 결혼식이 열린 6일은 세월호 참사 발생 600일이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세월호 참사와 연이 깊은 부부입니다.

결혼식이 끝난 뒤, 두 조합원은 세월호 사건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밝혀지는 사실들이 있음에도 주먹구구식으로 사건을 덮으려는 박근혜 정부의 행태에 큰 화가 난다"며 "그런데 이런 관심과 분노가 모일 수 있는 지점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행동에 옮기던 이들이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지 기대됩니다. 두 조합원에게 마지막으로 <프레시안> 조합원들에게 한마디 부탁했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세상이 바뀌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작은 힘이라도 보태면서 잘 살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이은재)

"저희를 시작으로 더 많은 커플이 나오길 바랍니다."(박해진)

두 분, 정말 축하드립니다. 백년해로하세요!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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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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