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노동법 연내 처리…안 되면 가슴 칠 일"

김무성·원유철 靑으로 불러 50분 회동…새누리, 10일 임시국회 소집

프랑스 등 4개국 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은, 입국 이틀 만인 7일 오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호출했다. 이들에게 △서비스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대테러방지법 △노동 5법의 연내 처리를 당부하기 위해서다.

정기국회 종료일을 이틀 앞두고 '청와대 관심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여당은 물론, 야당에도 우회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이 같은 '연내 처리' 일성에 발맞추어, 소속 의원 전체의 이름으로 10일 임시국회 소집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했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임에도 지역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정기국회와 임시국회 '사이 시간'을 두지 않고, 곧바로 법안 심사 일정을 잡아 나가겠다는 의도다.

박근혜 "이번 총선 때 국민한테 뭐라고 호소를 할 거냐"

박 대통령은 이날 김 대표와 원 원내대표를 만나 "이번 총선 때 국민한테 뭐라고 정치권에서 호소를 할 것이냐"면서 노동5법 등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는 "내년에 국민을 대하면서 선거를 치러야 되는데 정말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 "국민 안전을 지키고 경제를 살려서 아들딸들 모두 일자리 많이 만들어 드리겠다 그런 게 (내년 선거의) 주가 되지 않겠나"와 논리 구조를 취했으나, 박 대통령 입에서 '총선'이란 단어가 직접 거론된 만큼 이 또한 '물갈이용 공천' 논란과 연계돼 해석될 수도 있어 보인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국무회의에서는 "앞으로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하며 '진박(眞朴)'이란 신조어 탄생을 불렀다. 야당과 여당 내 '비박(非朴)'계는 물론, 친박 내에서도 '누가 진실한 박근혜 사람이냐'를 두고 뒷말이 무성해지게 된 배경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에도 '진실한 사람들' 발언이 나왔던 때와 같은 화법으로 김 대표·원 원내대표와 한 회담 시작 발언을 이어나갔다.

그는 "이제 우리가 꼭 해야 될 것은 반드시 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참 가슴을 칠 일"이라면서 "경제 살리기가 어렵다고 맨날 걱정만 하는데 그 걱정을 백날 하는 것보다 지금 이 경제 활성화 법(서비스발전기본법·원샷법)들, 노동 개혁 법들 이런 것을 통과시키면 어느새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들 삶도 풍족해지고, 가계부채 문제도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자연히 해소가 되고 이렇게 풀려나가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런데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는 손도 못 대고 계속 걱정만 하고 한숨만 쉰다"면서 "그래서 하늘에서 돈이 떨어집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근혜 "테러방지법 없어 국제 공조 안 돼"…김무성 "최선 다하겠다"

특히 박 대통령은 △근로기준법 △산재법 △고용보험법 △기간제법 △파견법으로 구성된 새누리당 당론 발의 노동 5법의 처리 필요성을 주장하며 "(경제가) 다 죽고 난 다음에 살린다고 할 수 있겠나. 죽기 전에 치료도 하고 빨리빨리 살려놔야지"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의 무분별한 감청·계좌추적 권한 강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은 "이번에 대한민국이란 나라에는 기본적인 테러방지법조차 없구나 이게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이라면서 연내 처리를 주문했다.

그는 또 "국제적인 공조도 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정보를 (외국과) 교환하고 해도 빈틈은 생길 수가 있는데, 우리는 기본적인 법이 없으니 외국과 국제 공조도 못 한다. 이런 기막힌 사정이다"라고도 말했다.

이처럼 줄지어 쏟아진 박 대통령의 법안 처리 요구에 김무성 대표는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응답했다.

김 대표는 "노동관계법과 테러방지법을 야당에서 협조 안 하는 것을 저희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 "어떤 일을 또 만들어내야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 해보겠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오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 5법 등 여야 쟁점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했다. ⓒ연합뉴스
원유철 "제가 이종걸 스토커입니다"…박근혜 "그렇게 만나기가 힘드시나"

이날 공개된 회동 모습은,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주고받은 대화보다 이른바 '신박'이란 별칭이 붙은 원 원내대표와 박 대통령이 주고받은 대화가 더 길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는 점에서도 시선을 끌었다.

원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 사실 제가 요즘에 별명을 하나 새로 얻었다"면서 "이종걸 스토커라고 합니다, 이종걸 스토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스토커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주 이어졌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관광진흥법 등 여야 쟁점 법안 협상 과정을 '공치사'인듯 농담조로 설명한 모습이다.

원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있는 데마다 따라다니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해 (쟁점 법안 처리에) 합의하지 않으면 애로 사항이 있기 때문에 만나야 된다. 도장을 받으러 졸졸졸졸 따라다니고 있다"고도 했다.

그의 이 같은 말을 듣고 있던 박 대통령은 웃음을 지으며 "만나기가 그렇게 힘드시냐"고 화답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이번 총선 때 국민한테 뭐라고 정치권에서 호소를 할 것이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여당 양대 지도부를 직접 만나 쟁점 법안 처리를 호소한 만큼, 새누리당은 9일 정기국회 종료일을 전후로 해서 대야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원유철 원내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새벽 도출한 '심야 합의'에 따르면, 양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원샷법·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을 정기국회 안에 '합의 처리' 해야 한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절대 반대' 입장을 밝힌 파견법·기간제법에 대해선 양당 원내대표는 앞서 '임시국회 중 합의처리'에 합의했다.

이를 두고 여당은 기한 내 처리라고 해석하고 있고 야당은 '논의 끝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처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하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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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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